김동연 부총리, 당정협의에서 '9조→11조' 재확인
"함께 부담" 외치지만...이상과 다른 현실이 관건'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연일 쏟아지는 문재인 정부의 ‘목돈 대책’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세출 구조조정 규모를 당초 정부가 예상한 9조원에서 11조원으로 2조원이나 높여 잡으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2018년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기업이나 가계로 치면,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비용절감’에 들어가겠다는 것인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정관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2018년도 예산 방향과 관련 "재정에 대한 양적,질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11조원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착실히 수행해 알찬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고민이 두드러지는 대목은 지출 구조조정 규모다.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8년도 지출 구조조정 규모를 9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연금 상향, 아동수당 지급 등 복지부문을 비롯해 ‘지속적인 목돈’이 들어가는 대통령의 정책 발표가 이어지자 세출 부문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김 부총리는 지난 9일 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국정위 발표보다 2조원 이상 확대(9조→11조원 수준)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정과제 외 상당규모의 추가정책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 재구조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재정수요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실행을 위해 나가는 예산이 많은 만큼 다른 부분에서 지출되는 부문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기재부는 불요불급, 성과미흡, 집행부진 사업이나 정책전환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적극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부처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부처가 구조조정의 아픔을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고정비를 제외한 각 부처 살림살이에 쓰이는 돈줄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세출 구조조정 단행의 이유로 새정부 첫해에 확실한 구조조정이 돼야만 앞으로 5년간 임기내 계획한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고,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5년간 약 60조2000억원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각종 부정수급 차단과 의료서비스 과다이용 방지 등 복지지출 누수 방지와 SOC(사회간접자본)과 산업ㆍR&D(연구개발)에서 7% 이상, 복지와 교육 등에서 5% 이상, 일반행정에서 3% 이상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것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출 구조조정이 처음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국채발행 등 재정적자 심화를 가져올 수 있어 처음부터 기존 목표에 비해 2조원이나 증액한 11조원의 지출절감을 목표로 내세웠다는 평가다.
문제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평탄하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다. 기재부의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전체예산 가운데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49.4%로 절반에 달한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규정된 지출로 줄이기가 힘들다. 한해 예산 400조원 가운데 200조원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 200조원은 재량지출이다. 각 부처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은 사실상 이 돈에서 실행 가능하다.
정부는 178조원 규모의 문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해 세출절감으로 95조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지출 구조조정으로 5년간 60조2000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해마다 200조원의 5∼6% 감축을 5년간 진행하면 목표달성은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일반 가정도 ‘쓰던 돈’ 줄이기가 쉽지 않은데, 정부는 더욱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현실은 2%만 줄여도 성공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각 부처에 5년간 재량지출 10% 감소라는 지시가 하달됐지만, 이행률은 많아야 2%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도 예산 편성시 37조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예산의 속성상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쉽지 않고, 각 부처가 조금이라도 더 타내려 하지 줄이지는 않으려는 관행상 기재부와 다른 부처의 갈등만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의원 출신 장관이 많은 문재인 정부의 특성상 ‘실세 장관’의 입김을 기재부가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의 압박도 기재부의 ‘지출 절감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민간자본으로 짓겠다던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통행료가 높다는 이유로 한순간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사업으로 변했듯 정치권의 마음에 따라 절감하겠다는 SOC 사업 등이 ‘순간 부활’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앞선 정부들도 줄기차게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외쳤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기재부도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