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어지러운 현시국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영웅에 대해, 그리고 그 진정한 영웅이 무대에서 재탄생한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영웅’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안재욱, 정성화, 양준모, 이지훈, 리사, 박정아, 정재은, 허민진, 이지민이 참석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안재욱‧정성화‧양준모‧이지훈)이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고, 이토 히로부미(이정열‧김도형‧윤승욱)를 살해하고 사형에 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양준모는 7년 만에 안중근으로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10년도에 공연을 했을 때, 실제로 안중근 의사가 거사한 나이와 제 나이가 똑같았다. 역사적으로 친구인 안중근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이 작품에 쓰인 안중근의 고뇌와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전에는 혈기왕성한 청년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고뇌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안중근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재욱에게 이번 ‘영웅’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안중근 의사과 본관이 같기 때문. 이와 관련해 안재욱은 “초연부터 참여하지 않고, 이미 성공한 작품에 합류한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진정성, 진실성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정성화는 2008년 초연부터 계속해서 ‘영웅’ 무대에 오르며 ‘안중근=정성화’라는 하나의 공식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성화는 현시대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안중근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정성화는 “당신께서 이렇게 절실하게 다시 되찾은 나라가 이렇게 녹록치 않은 나라가 됐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진정한 나라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될 시점이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안중근과 동지들의 독립투쟁과 명성황후 시해,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의 무지막지한 악행들이 빠른 전개로 속도감 있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극에 밝은 분위기를 주는 인물이 바로 링링(허민진‧이지민)이다.
허민진은 “링링이라는 인물은 치열한 독립투쟁에서 사랑을 꿈꾸는 소녀이다. 링링이 부르는 사랑스럽고 밝은 넘버로 인해 관객들이 희망과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지민은 “링링이라는 인물이 안중근 선생님한테 왜 반할 수 없었는지 아실 수 있으실 것”이라며 안중근을 치켜세웠다.
뮤지컬 ‘영웅’에서 가상 인물은 링링뿐만이 아니다. 바로 명성황후의 시해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마지막 궁녀 설희(정재은‧리사‧박정아) 역시 허구 인물이다.
정재은은 “연습 초반에는 가상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설희가 가상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 누구나 될 수 있는 독립투사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사 역시 “그 당시에 설희 같은 이름 모를 희생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을 대변해서 연기하려고 한다. 극 중에서는 ‘여자 안중근’이라고 생각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웅’은 진정한 이 시대의 리더를 이야기한다. 정성화는 이에 대해 “진정한 리더의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속한 나라, 단체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가장 크게 봉사해야 될 사람이 그 단체의 리더다. 오롯이 그곳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재욱도 “이 시대에 ‘척’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뛰어난 척 하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올바르게 살았던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진실함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빗대어 표현했다.
한편 뮤지컬 ‘영웅’은 오는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에이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