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 문제 펀더멘털 위협, 경착륙 우려 증폭
올해 레버리지 비율 261%, 채권시장 거품 확대
내년 1분기 만기 도래 채권 몰려있어, 디폴트 도미노 우려
진정한 해법, 부채 주도 성장 기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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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부채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늘면서 차이나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 늘어난 부채 규모만 50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만 4000조원 규모의 채권이 신규로 발행됐다. 그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불려온 부채가 중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경착륙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매년 빠르게 급증하는 부채에도 실질적 해법을 내놓지 못했던 중국 정부는 부채 문제가 더욱 가시화되자 올해 ‘부실채권 출자전환(debt-for-equity swaps)’ 시행 등의 대대적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법들이 임시방편적 조치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부채 주도의 투자에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 중국 1년치 부채, 3개국 합산액보다 많아
최근 모건스탠리의 처탄 아햐(Chetan Ahya)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늘어난 중국 부채 규모는 미국, 일본, 유럽의 부채 증가액을 합산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중국의 부채는 4조5000억 달러(약 5133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조2000억 달러, 일본은 8700억 달러, 유럽은 5500억 달러 늘었다.
1년 전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채무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중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이 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회복세를 타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지만, 부채 문제는 여전히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부채가 이렇게 급증한 것은 중국 정부가 시행해온 '부채 주도 성장 방식'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간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오히려 부채 리스크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인민대학(人民大學)이 공개한 월간 경제수치 보고서 또한 심각한 중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말까지 중국에서 신규로 발행한 채권 규모는 25조 위안(약 421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의 발행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아울러 채권보유량은 80조 위안에 근접했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포기하거나 목표치를 낮추지 않는 한, 중국 부채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민간부문의 부채 주기는 이미 최고점에 달한 상태여서 자산의 질이 호전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국유부문의 부채 주기는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부채 주도의 성장을 지속한다면 부채 리스크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부채무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기업 파산 ▲기타 국유기업의 자금지원 ▲부실채권 출자전환 ▲부실채권의 채권전환 등의 방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방법은 임시적으로 부채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급과잉 해소와 생산 효율성 제고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같은 부채해결 방안은 장기적으로 부채와 자본의 ‘미스매칭(부정합)’만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레버리지 비율 확대, 디폴트 도미노 우려
현재 중국이 처한 부채 리스크는 세가지로 나뉜다. ▲전체 레버리지(부채) 비율 확대 ▲채권시장 거품 확대 및 채권 디폴트 도미노현상 ▲상환 만기 도래 채권 급증 등이다.
우선 가장 큰 리스크는 민간, 국유 등에 상관없이 전반적인 분야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부채비율은 2015년 252%에서 올해 261%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기업의 이자 상환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금상환 및 이자지급 규모는 사회융자총액(위안화대출 및 외화대출, 위탁대출, 대부신탁, 은행인수어음(BA), 회사채, 비금융주식판매가 등 포함)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은 ‘채무 상환을 위해 또 다른 빚을 짐 -> 빚을 져서 이자를 냄 -> 대차대조표의 악화’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채권시장 거품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또한 중국이 직면한 부채리스크 중 하나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자금경색’ 흐름이 더욱 확대되면서 시장 투자가 단기화되고,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채권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이는 단기국채와 지방채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고, 채권수요 또한 빠르게 늘렸다.
그 과정에서 채권 디폴트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71건의 디폴트(채무불이행)이 발생했고, 그 규모는 300억 위안을 넘어섰다. 그 중 올해 들어서만 41건의 디폴트가 발생했다. 그 규모는 200억 위안을 넘어선 상태로, 이는 지난해 전체 디폴트 채권 규모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상환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디폴트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향후 몇 분기 동안 상환 만기 도래 채권의 규모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기업과 지방정부의 이윤과 자금을 융통할 창구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 1분기에는 자금 상환일이 도래한 채권이 집중돼 있어, 연쇄적인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은행의 불량대출을 늘리고, 기업의 자금줄을 막아 공황현상과 금융불안도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부채리스크는 크지만, 여전히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또한 늘어나는 부채에 대한 위협을 감지하고 기존의 ‘안정적 성장’에서 ‘리스크 방지’로 경제성장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방채에 주목, 비공식적인 채권 발행의 통로를 폐쇄하는 등의 돌파구를 마련해놓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지난달 기업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17년만에 ‘부실채권 출자전환’ 카드를 꺼대들었다. 이는 채무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부실채권을 주식화해, 빚더미에 눌린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16일 중국 건설은행(建設銀行)은 세계 최대 주석 생산업체인 윈난시예(雲南錫業) 그룹과 50억 위안 규모의 출자전환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 최대 철강기업인 우한(武漢)철강의 부채 2000억 위안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