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채권시장 잠에서 깨났다"
중앙은행 및 인플레 전망 변화에 강한 경계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장기물을 필두로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27일(현지시각) 일제히 급등,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격적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 시장 전반에 걸쳐 ‘발작’이 연출됐다.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으로도 파장이 확산됐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이날 장중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28%까지 치솟으며 전날에 비해 14bp 뛰었다. 이날 고점은 지난 6월 이후 최고치인 동시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상황은 독일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10bp 급등하며 0.19%까지 오른 뒤 0.17%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연초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다.
미국 10년물 수익률 역시 장중 8bp 오르며 1.87%까지 치솟았다. 이는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연말 전망치인 1.7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 수익률이 지난 여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이 밖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8bp와 7bp 뛰었다.
영국이 글로벌 주요 국채시장의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분기 영국 경제가 0.5% 성장,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란은행(BOE)의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꺾였다.
이와 함께 선진국 중앙은행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종료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국채시장의 ‘팔자’를 부추겼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GAM의 잭 플레허티 채권펀드 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일부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대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데 따라 채권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전했다.
채권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관점과 전략이 반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10월 국채시장이 2014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찰스 코미스키 노바스코샤 은행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선진국 국채 수익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금리 수준과 중앙은행의 행보를 놓고 시장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게리 폴락 도이체방크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경제 지표 개선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 전망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매물이 쏟아졌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데다 유럽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전통적 자산 매입에 대한 중앙은행의 소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 역시 채권 매도를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프랭크 딕스마이어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글로벌 채권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며 “이는 채권시장이 거의 반영하지 않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내셔널 알리안츠의 앤드류 브레너 이머징마켓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단시일 안에 2.02%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BMO의 이안 린젠 미국 채권 전략가 역시 연말 이내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를 뚫고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