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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만 30년' 유진로봇 신경철 박사의 '로봇이야기'

기사입력 : 2016년06월30일 08:00

최종수정 : 2016년06월30일 08:00

"창조경제 하자면서 로봇산업 뒷전...컨트롤타워도 없어"
"빨래-설거지-육아로봇 등 실생활 필요한 로봇개발 주력"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생소했던 인공지능(AI)의 존재를 대중화시켰고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반신반의했던 AI의 바둑 실력에 일반인들은 물론 과학계마저 깜짝 놀랐다. 기계적인 행동에 '알파고 같다'는 표현이 유행이 됐고 관련 서적 출간이 봇물을 이뤘다. 

알파고에 가장 많이 자극 받은 곳은 로봇산업계다. 그동안 로봇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한 요인 중 하나는 기술 수준이었다. 지능 기술 구현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로봇계도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나섰다. 국내에 산업용 로봇이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로봇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로봇은 기껏해야 로봇청소기 정도다. 어릴 때 TV에서 봤던 로보트태권V나 마징가Z를 현실에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국내 로봇 1세대이면서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 청소로봇을 만드는 유진로봇의 대표인 신경철 박사를 만나 로봇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 박사는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기도 하다.

◆ "알파고 '음모론'은 바둑 모르는 얘기"

유진로봇의 신경철 대표 <사진=이형석 기자>

신 박사는 "그동안 로봇 기술에서 지능 기술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알파고가 나오면서 로봇 기술이 재조명받고 있다"며 "인간의 지능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야 특정 수준에 도달하는건데 머신지능은 한번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것보다 더 올라가지 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봐서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는 향후 바둑이나 체스,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인간의 전문 분야인 은행원이나 회계사, 변호사 등의 역할도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예고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항공에서 로봇개발팀장을 하다가 회사를 나와 1988년 유진로보틱스(현 유진로봇)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30여 년 로봇산업 한 우물만 팠다. '철에 신경을 심는 사람'이란 그의 이름처럼 신 박사에게 로봇은 어쩌면 숙명이다.

아마추어 바둑 3~4단 실력인 신 박사에게 알파고가 네 번째 판에서 패한 것이 흥행을 위해 일부러 져준 것 아니냐는 '음모론'에 대해 묻자 단호하게 "그건 바둑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란 대답이 돌아왔다.

"이세돌 9단의 (4번 대국에서) 그 한 수(78번째 수)는 바둑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묘수 중의 묘수로 그 명수를 두지 않았다면 그 판도 졌을 것"이라며 "알파고가 일부러 져줬다고 보는 음모설은 바둑을 잘 모르는 분들 얘기"라고 일축했다.

◆ "국내 로봇산업 목표와 전략 부족"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기술과 달리 로봇 기술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진다. 지금도 로봇은 반도체공장 등 산업 현장과 의료, 우주·국방 등 일부 영역에서만 활용된다. 신 박사는 로봇 기술의 발전이 더딘 이유에 대해 기술 발전 속도와 모멘텀 부재, 정부 관심 부족 등을 꼽았다.

신 박사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기술은 어떤 뚜렷한 목표나 이벤트가 있어야 발전하는데 로봇 분야에선 그런 목표와 전략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주도하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100만달러 상금을 내걸고 챌린지 대회를 여는 등 뚜렷한 기술 개발의 목표가 있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전은 제한된 실험실 환경 대신 현실의 구체적 목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진로봇의 교육용 로봇 <사진=이형석 기자>

사실 우리나라엔 로봇산업을 전담할 컨트롤 타워도 없다. 미래부와 산업부, 복지부 등 주무 부처도 중구난방이다. 산업부에 기계로봇과가 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미미하다. 

때문에 로봇업계에선 창조경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최첨단 기술의 집합소인 로봇산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한다. 신 박사는 "창조경제를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관료, 공무원 집단 등)은 무엇을 하면 자기한테 유리할까, 이익이 될까만 생각한다"며 "로봇을 하면 미래 큰 수익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면 창조경제 하지 말래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박사는 "정부에도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4~5년 정도 책임 지고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며 "국내에 국한하지 말고 외국의 우수한 기술도 받아들여 국제적인 콘테스트 같은 것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로봇 비즈니스가 일어나면 돈과 인력이 모이고 발전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재난구조 미션을 수행하는 로봇도 한 3년 만에 달성이 됐다"며 "상금과 최종 목표를 제시해주는 등 뒤에서 밀어주는 작업들이 우리한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만간 빨래·설거지·육아로봇 나온다"

그렇다면 공장이나 의료, 국방용 외에 당장 우리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신 박사는 조만간 청소는 물론 빨래, 설거지, 커피 심부름, 육아 등을 담당하는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처음 산업용 로봇은 인간의 3D(Dirty, Difficult, Dangerous)를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인간이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을 로봇에게 맡기기 위해서였다. 이미 서울대 장병탁 교수팀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육아를 대신 해주는 '엄마로봇'을 개발 중이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사진=이형석 기자>

로봇 기술 발전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인간성 상실'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알파고에서 경험했듯, 언젠가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물론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얘기다.

실제 신 박사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등을 읽어주는 로봇을 유치원에 교육용으로 납품했는데 교원노조 등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분명 교사 보조용이라고 했음에도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쳐야지 로봇이 가르치면 어떡하느냐며 무조건적인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신 박사는 "로봇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를 일부러 늦추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로봇 기술은 우리가 무시해서도 안 되고 직업적, 윤리적 문제 등을 고려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는 로봇을 많이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로봇 강국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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