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인센티브 정책이 통했던 것일까. 기획재정부는 1일 지난달까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 120개 공공기관 가운데 114개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가운데 수십개 기관이 근로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 등으로 도입을 확정하면서 앞으로 법적분쟁이 예고된다.
정부는 30개 공기업은 상반기(6월), 90개 준정부기관은 연말(12월)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완료를 목표로 설정하고, 5월내에 완료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고 남은 재원으로 4월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엔 공기업 기본연봉의 50%, 준정부기관은 20%를 지급하고 5월까지 도입할 경우 4월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90% 이상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인센티브 정책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못하지만, 청와대의 압박으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 9일 대통령 주재 워크숍, 성과연봉제 도입 한몫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미진하자 법적인 해석을 스스로 해냈고,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산하 공공기관들을 불러모아 도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정은 5월 한달간 집중됐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자의 반대로 미진하자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판례에 따르면 소수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노조나 근로자들이 무조건 반대하면서 논의를 거부하면 동의권 남용에 해당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후 불법 강행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기재부 차관은 "고용부 장관의 발표한 대로 노동관계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개정할 경우엔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 5월 초만 해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4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리적인 해석 이후 지난달 90%가 넘는 기관이 도입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복지부 차관이 직접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성과연봉제를 압박한 결과,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은 100%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장·차관들이 성과연봉제에 매달린 이유는 오는 9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워크숍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성과연봉제 도입'과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등 공공기관 2개 현안이 보고된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각 부처는 공공기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정한 보상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서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주길 바란다"고 성과연봉제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의 워크숍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문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법적 분쟁 불가피
90%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고, 정부가 안심하기에는 이른다. 법조계 관계자 일부가 이사회 의결로 강행한 성과연봉제에 대해 불법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만약 이사회 의결이 무효라고 판결이 날 경우 이에 해당하는 절반이상의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소된다.
더구나 불법 논란을 알고 있는데도 추진했던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들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도입하지 않은 6개 기관도 이같은 맥락에서 강행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해석에 따라 자칫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성과연봉제가 별 소득없이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별 특징에 맞는 평가항목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불법으로 결론나면 약 반년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소요된 국민세금에 대한 책임도 져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기관.<자료=기획재정부> |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