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건설재해 사망자수 500명..영국의 10배
건설산업이 국내 주택경기 부진과 해외 수주 저조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새로운 건설환경에 맞는 경쟁력과 내실을 갖춰야할 때입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강조되고 있는 안전, 그 가운데 건설안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지 뉴스핌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건설안전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 당국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건설안전은 건설업계의 내실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아 위기에 놓인 한국건설의 새로운 지향점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뉴스핌=최주은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해 1월 국내 최고 높이인 555m, 123층으로 지어지는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을 챙기는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24시간 비상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2010년 공사가 시작된 후 현장에서 잇딴 사고로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 안전관리 부재가 도마에 오르자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뒤늦은 조치였지만 현장 안전 강화는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관리위원회 출범 이후 완공 8개월 가량 앞둔 현재까지 1년넘게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건설 60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세계 건설 경쟁력 7위의 건설강국이다. 특히 건축분야에서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 건설사와도 어깨를 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재해는 여전히 19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선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책과 법 집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무덤덤한 정부당국과 건설사들의 의식부터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죽거나 다친 근로자는 2만5132명이다. 전체 건설근로자 가운데 재해율은 0.75% 수준이다. 제조업(0.65%), 운수·창고 통신업(0.5%) 보다 훨씬 높다. 건설재해로 인한 손실비용은 6조6000억원에 이른다.
현장 사망자도 타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산업재해 사망자 총 1810명 가운데 건설 현장 재해 사망자는 493명으로 전체의 27.2%를 차지한다. 이는 제조업(30%)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OECD 국가 가운데 건설분야 재해가 가장 적은 영국의 경우 연간 건설재해 사망자는 50~60명 선으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이다. 부상사고도 10만인율 기준으로 32.4%에 머문다.
특히 중소 규모 현장의 건설재해는 더욱 심각하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3억원 이상 120억원 미만 건설현장의 경우 최근 5년간 재해율이 ▲2009년 1.83%(사망 176명) ▲2010년 1.87%(사망 207명) ▲2011년 2.15%(사망 205명) ▲2012년 2.50%(사망 209명) ▲2013년 2.50%(사망 220명)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연간 600명 선이던 건설재해 사망자수가 2010년대 들어 500명 선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중소규모 현장의 건설재해는 당장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교적 안전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형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도 건설재해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대우건설에서는 '청양-우성(제2공구)도로건설공사' 등 각종 공사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추락했다.
같은해 3월 대림산업에서는 여수산단 폭발사고로 6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또 7월에는 천호건설과 중흥건설, 신한건설 노동자 7명이 서울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공사 중 수몰 사고로 숨졌다.
건설재해로 주변 보행자나 자동차 이용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다. 현장내 자재를 이동시켜주는 코레인은 높은 구조물이라 만약 붕괴할 경우 공사장 내 사람은 물론 현장 밖의 일반 시민이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11월 경남 거제시 오피스텔 신축 건설 현장에서 높이 30m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 뒤인 12월에도 인천 부평구 부평동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졌다. 지난 2014년 세종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붕괴돼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건설 재해는 대부분 인재(人災)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건설사들은 공사장 안전수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공사장 인부들은 지키지 않는다. 간단한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사장내 안전시설도 기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작업 발판이나 추락 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은 현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건설업 사고 사망자 중 복장·보호장비 미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도 상당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 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대책이나 법령, 안전지침이 아니라 건설업계 스스로의 '안전의식 무장'이라고 강조한다.
건설안전공단 관계자는 "공사현장 안의 모든 사람이 안전의식을 우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고 안전장비나 정부 대책은 그 다음 문제"라며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지침이 우선이지만 사후 대책도 철저히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건설업계의 안전의식 무장을 주문하고 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은 “안전한 건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올바른 대책 마련과 더불어 공사를 수행하는 당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실효성 높은 안전대책을 수립할 것이며 업계는 사고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