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 신호"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 상장사가 해외에 쌓아둔 현금이 3조달러(약 3516조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에서 낸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올 경우 40%의 높은 법인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해외 법인이나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그대로 해외에 축적해 놓기 때문이다.
크레디티스위스(C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S&P500 기업들이 해외에 축적해 놓은 현금 자산이 최소 7500억달러, 순이익은 2조3000억달러에 각각 이른다는 분석을 제출했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 2005~2015년까지 매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IT·헬스케어 기업들 해외현금 비중 크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축적한 이익 추이 <자료=크레디티스위스(CS)> |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에 송환하는 경우도 제한적이었다.
작년에는 본국으로 송환된 금액이 1670억달러에 그치면서 수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에서 창출한 순익 중 절반이 넘는 57%는 그대로 해외에 남겨졌으며, 이 비중은 지난 10년래 최고 수준이었다.
CS는 S&P500 기업들 중 219개 기업들이 해외에 1조1000억달러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 신고되지 않은 금액을 반영하면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섹터 별로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부문 업체들이 해외에 가장 많은 비중의 현금을 쌓아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 축적된 현금 자산 7500억달러 중 IT 업체들의 비중은 53%로 절반을 넘어섰다. 해외에 있는 순익 2조3000억달러 중에서도 IT 업체의 비중은 3분의 1이 넘었으며, 헬스케어 업체 비중은 19%에 이른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축적한 순익 및 현금 <자료=크레디티스위스(CS)> |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외에 축적한 순익이 1083억달러, 현금은 944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체 S&P500 기업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각각 4.7%, 12.6%에 이르는 비중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해외에 쌓은 순익이 1040억달러로 전체의 4.6%이며, 현금은 501억달러로 6.7%에 이른다. 시스코시스템스 역시 해외에 있는 현금이 534억달러로 전체의 7.1%를 차지한다.
◆ 국내에선 돈 빌리고… 투자 활용도 제한적
CS는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해외에 대규모 자산을 쌓아둔 것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위험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해외에 묶인 현금성 자산이 많을 경우,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빌리게 된다. 이는 기업 부채를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또한 해외에 묻어둔 이익도 결국에는 세금이 부과되게 되는데, 이처럼 장부 상 잡히지 않는 부채를 다 감안할 경우 재무 건전성은 겉보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에 쌓여 있는 현금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나 신규 사업 투자 등에 활용할 여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 자체의 현금흐름에도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고 CS는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