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3번째 초대형 계약으로 글로벌 제약사 발돋움
[뉴스핌=이진성 기자]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역대 최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그동안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이같은 투자를 주도한 임성기 회장의 뚝심 리더쉽도 새삼 주목받게 됐다.
5일 금융감독원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프랑스 글로벌 제약업체 사노피시와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라이선스 체결로 한미약품은 사노피사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4억유로(약 4950억원)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35억 유로(약 4조3300억원)를 받게 된다. 총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아울러 앞으로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두자릿수의 로열티로 별도로 받게 된다.
한미약품의 LAPSCOVERY.<사진제공=한미약품> |
한미약품은 R&D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로 유명하다. 십여년간 연 매출의 20%수준을 투자하며, 차세대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기간에만 쏟아부은 R&D금액만 8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투자는 올해 들어 본격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자체 면역질환 치료제(HM71224)와 3세대 폐암신약(HM61713)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 두 품목이 상업화될 경우 확정적으로 받게 되는 금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진짜 무기는 따로 있었다. 최근 세계당뇨학회에서 선보인 ′퀀텀프로젝트′다. 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은 기존 인슐린 제제의 1일 1회투여에서 주당 1회로 약효지속 시간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당뇨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입증된 글로벌 기업이 퀀텀 프로젝트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며 "당뇨 및 대사이상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주목받는 임성기 회장의 뚝심
이날 한미약품의 깜짝 발표로 그동안 R&D를 강조해온 임성기 회장은 재조명받게 됐다. 임 회장은 평소 "제약사의 경쟁력은 신약개발에서 나온다"며 연구개발을 독려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임 회장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영업이익 36억원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R&D비용만 1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같은 투자로 제약업계에서는 R&D보다는, 사업구조를 변경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이 리스크가 큰 신약개발보다는 사업성 위주의 개량신약 및 복제약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한미약품은 약 4조800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같은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해에만 6조4000억원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상위 3대 제약사의 연매출의 두배 수준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성공은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이 초대형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다른 제약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