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웃도는 물가상승으로 구매력 떨어져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년물 정기 예금금리 1.75%보다 높은 2.0%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금리를 웃도는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다보니 중국인들은 1만위안을 1년간 은행에 저축했을 경우 25위안의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로선 중국의 마이너스 금리상황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자금 수요가 줄어 돈값에 해당하는 금리가 자꾸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상황하에서 주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 은행들이 취급하는 재테크 상품의 수익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중국 통계기관 은율망에 따르면 2015년 9월 5일~11일 은행들이 판매한 총 811개의 위안화 재테크상품의 평균 예상 수익률은 4.66%를 나타냈다. 이중 1% 조금 넘는 10개 상품만이 예상 수익률 6%를 넘었다.
은행 재테크상품 수익이 낮아지는 원인은 8월 25일 지준율인하(9월 6일적용)에 따른 6000억위안가량의 유동성 공급과 주가 폭락에 따른 은행재테크 상품의 증시유입 감소 등이다. 은행재테크 상품 수익은 앞으로도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게 자금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근 중국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경기둔화로 피혁 공장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금 소비의 주체인 기업과 산업현장이 활력을 잃다보니 금리는 자꾸 떨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민은행이 8월 25일(26일 적용) 예금금리를 1.75%로 내렸지만 이는 서막일뿐 예금리가 1%, 심지어 0.75%까지 낮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상황이 전면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인민대학 황진라오 교수는 실질적인 제로 금리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특히 산업과잉을 비롯해 기업과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 부담때문에 그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중국도 어쩔수 없이 일본 등 선진국 처럼 제로금리 정책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선진국보다 금리를 더 낮게유지해야하며 시장금리의 추세적 상승을 막기위해서라도 중장기 융자시장 금리를 끌어내려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무튼 중국의 제로금리 상황은 기존의 은행저축을 들썩이게하고 주민들의 재테크 투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투자처를 살펴보면 당장 주식도 황금도 모두 제로금리 시대의 마땅한 투자 대안이 아니다. 주민들은 은행 저축을 어디에 투자할지 잠시 관망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관망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화태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0년대 이후 모두 4차례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경험했다. 1992년 10월~1995년 11월, 2003년 11월~2005년 3월, 2006년 12월~2008년 10월, 2010년 2월~2012년 3월이다. 이 4차례 마이너스 금리시기중 CPI 최고치는 각각 27.7%, 5.3%, 8.7%, 6.5%였다.
이런 마이너스 금리시기에 주민들은 선진국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통화 자산의 수축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런 전례로 볼때 앞으로 중국인들이 은행에 맡겨놓은 현금자산은 다른 투자처, 즉 주식이나 부동산 분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의 경우 1선 대도시 특정지역을 빼놓고는 미분양 재고 물량이 많아 투자금 회수여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을 투자자들이 잘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마이너스 금리상황이라 해도 지난 2007년 당시 처럼 주민 저축과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상황에서 자산 감축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자본시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중국 투자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뜩이나 지금은 A주가 극도의 저평가 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격측면에서 투자진입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약간의 리스크만 감수한다면 증시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이 은행저축을 흡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시대의 이런 특징을 근거로 조만간 소형 호황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