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반 롯데 정서·독과점 논란 의식한듯"
[뉴스핌=강필성 기자]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유통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유통업체가 없는 두산이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의 면허가 만료되는 올 하반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면세점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두산이 앞서 치뤄진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사태에 따른 반 롯데 정서를 등에 입고 출사표를 던진 거 아니냐며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리라고 예상한 업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이미 20년부터 그룹 주력사업을 식품사업에서 중공업·기계로 탈바꿈한 기업이다. 새삼스럽게 유통업계에 신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유통업계에서는 의아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지난 7월 진행된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뛰어들었으면 모르겠는데 상대적으로 선정 확률이 희박해 보이는 시내면세점 만료에 따른 입찰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오는 25일 마감되는 하반기 시내면세점 특허권 만료에 따른 입찰은 기존 사업자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쟁이라는 평가가 많다. 롯데면세점은 소공동 본점과 잠실 롯데월드점의 특허권이 만료되고 SK네트웍스는 광진구의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이 만료되는데, 모두 각 업체에게 있어서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사업지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내년 완공을 앞둔 롯데월드타워에 입점하는 롯데월드점을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시내면세점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본점 역시 마찬가지다. SK네트웍스 입장에서도 워커힐면세점은 유일한 시내면세점이다.
무엇보다 각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감안하면 특허권 재선정에 실패할 경우 몇백명의 인력이 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것도 주관기관인 관세청에 적잖은 부담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추진한 것은 사업 외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두산타워 전경 / <사진제공=두산타워> |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 예정지인 두산타워가 메르스에 따른 타격 및 공실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면세점이라는 수를 냈다는 소문도 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충분한 사업 검토 후 진출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상반기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는 동대문에 중소기업이 몰리며 과열된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두타의 공실률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진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측은 동대문 주변 상인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경제 및 지역발전을 고려한 사업 전략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측은 “동대문 지역이 명동에 이어 서울의 제2의 허브 관광지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동대문 지역의 관광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위해 면세점 입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같은 두산의 출사표를 두고 선정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유통업체 경험이 없는 두산이 면세점에 브랜드 유치를 하기가 힘들뿐더러 중국 등에 사무소를 세우는 경쟁 면세업계와 달리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두산이 인프라에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효과를 보기 시작하는 5년 뒤에는 특허권이 만료되기 때문에 도무지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