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 투자 확대 기대 , 축구협회도 정부부처에서 독립
[뉴스핌=이승환 기자] 3억명의 추미(球迷,축구팬)를 거느린 중국 축구산업이 상업화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가체육총국으로부터 전격 분리되면서 축구 관련 산업에 대한 시중자본의 투자 여지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광으로 유명하다.주석직에 오르기 전부터 다양한 행사와 장소에서 시축 장면을 연출했다. 시 주석 취임 후 중국 정부는 중국의 축구실력 강화와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축구협회는 중국의 축구경기 및 관련 사업을 주관하는 경기단체로, 중국 프로축구 리그와 남·여 국가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협회 내 경제·법률 분야의 민간 전문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프로축구의 전반적인 서비스와 광고·마케팅 등 관련 시장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젠둥 베이징체육대학 교수는 “축구협회 독립운영을 기점으로 중국 축구 산업의 발전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과거 미국의 스포츠 산업처럼 합리적인 운영 시스템이 안착된 후 자연스럽게 상업적,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 147조원 규모의 中 축구 시장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원이 ‘스포츠 산업 소비 촉진에 관한 의견’을 공개하는 등 당국의 스포츠 산업 육성 의지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중국 내 스포츠 산업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축구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중국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알리바바는 광저우헝다의 지분 50%을 12억 위안(약 2005억원)에 인수해 중국 프로 축구팀의 대주주가 됐다.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이름을 합쳐 '광저우•헝다•타오바오'로 새롭게 태어난 광저우 헝다는 지난달 초 중국 신삼판에 상장해 아시아 첫 상장 축구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왕젠린 완다(萬達) 회장은 올 초 4500만 유로(약 550억원)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매입한 데 이어, 10억 위안(약 1870억원)에 스위스의 스포츠마케팅기업 인프론트스포츠&미디어를 인수했다.
이젠둥 베이징체육대학 교수는 “알리바바와 완다의 공격적인 투자가 중국 축구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산업의 상업화 수준이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잠재력이 큰 시장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특히 외국의 프로 축구 시스템과 비교해 거대 자본 의존도가 높은 반면, 중계권 판매 등 자체적인 수익구조는 미숙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중국 프로축구 상업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시즌 중국 프로 축구의 최상위 리그인 슈퍼리그의 운영 매출은 4억4000만위안(약 808억원)으로 집계됐다. 팀 당 평균 매출이 20억위안(약 36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지출이 22억위안(약 4000억원)이 나타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슈퍼리그 16개 팀 중 흑자를 기록한 팀은 5곳에 불과했다.
아울러 작년 슈퍼리그의 중계권 수익은 360만위안(약 6억6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총 240회 경기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매 경기당 중계수익이 15만위안(약 2700만원)에 채 못 미치는 셈이다.
반면 축구종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BT스포츠에 의해 3개 시즌 기준 51억3600만파운드(약 8조5500억원)에 낙찰됐다. 이 중 매 시즌 126회 경기에 대한 단독 중계권을 따낸 스카이스포츠의 낙찰금액은 41억7600만 파운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온라인 중계권을 구입한 텐센트, 시나, 러스 등 중국 온라인 동영상 기업 3곳도 각각 1800만달러(약 213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상(北商)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축구 시장 인구가 총 3억명에 달하며 산업규모도 8000억위안(약 14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이번 축구협회 개혁을 통해 축구팀 경영-중계권-경기장운영-유소년 육성으로 연결된 거대 축구 산업망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젠둥 베이징체육대학 교수는 “사회인 축구, 레저 축구, 유소년 축구 보급이 확대되면서 중국 축구 인구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향후 중국 축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억명에 달하는 축구 인구가 곧 수억명의 축구 산업 소비자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 스포츠 육성 정책에 축구 테마주 '반짝'
실제로 지난 17일 중국축구협회 분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에서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레이만광뎬(雷曼光电)、장쑤순톈(江苏舜天) 중티산업(中体产业)등 7개 스포츠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업종 전체 평균 7.68%의 상승폭을 연출했다.
베이징상보는 18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오는 2025년까지 중국의 스포츠 산업 규모가 5조위안(91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며“이 중 축구가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 10월부터 줄곧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축구산업 관련 테마 업종으로 ▲경기 운영 ▲스포츠 시설 ▲스포츠 매체 ▲스포츠 관련 용품 등 4개 분야를 꼽고 있다.
중국 동방증권은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경기 운영 업체는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이라며 “동시에 미디어 상업화 과정에서 비교적 자본 진입 문턱이 낮은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잠재력도 높다”고 진단했다.
화태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이번 축구협회 개혁을 통해 과거 중국프로축구의 발전을 가로막아 온 고질병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축구 관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이번 축구협회 개혁의 수혜주로 중국 스포츠 산업 내 가장 규모가 큰 투자회사인 중티산업(600158), 수퍼리그 축구 팀을 소유하고 있는 장쑤순톈(600287), 슈퍼리그 스폰서 기업 중 하나인 레이만광뎬(300162)을 추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