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위상 어쩌다 이렇게 떨어졌는지…"
[뉴스핌=박민선 기자] 한 대형 유통업체 경영진이 자사에 불리한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작성돼야 하는 증권사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두고 해당 대기업이 직접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경영진은 애널리스트의 정당한 의견 개진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보고서를 삭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토러스투자증권 김태현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그는 최근 현대백화점 A 부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당 임원은 지난 15일 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면세점 선정이 유통업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문제삼으며 "네가 뭔데 현대백화점에 대한 면세점 선정 채점을 하고 누가 유력하다고 말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 부사장은 "당신은 현대백화점의 영업에 중대한 지장을 줬다"면서 "만일 2일내에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리고 기자들이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신문기사를 연락해 빼고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을 경우 현대백화점은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김 애널리스트는 "마치 자기 회사 말단 부하직원을 채근하는 말투였다"며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어쩌다 이렇게 격하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나는 애널리스트 분석의 객관성 유지와 분석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당연히 회사와 금융감독위원회의 보호를 받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씁쓸한 이 기분은 가시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의 모멘텀을 기반으로 업종내 수혜가 예상된다는 내용이며 면세점 유력 선정 기업으로 현대백화점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비슷한 사례는 들어본 적도 없고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된다"며 "일어난 일 자체가 실제일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황당할 뿐"이라며 "기업이나 해당 산업에 대해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당연한 업무인데 이에 대해 특정 기업의 경영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사실이라면 놀랍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