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핀테크 1Q Lab' 갔더니... 혁신적 신용평가시스템 출시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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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Chanel(샤넬) 백 중에서 1000만원짜리 캐비어 점보를 사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30대 여성 과장인데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700만원이 부족하지만, 급한 대로 신용대출 받으면 된다. A 은행 인터넷뱅킹으로 신청하고 월급으로 매달 갚기로 했다. 그런데 신청하자마자 은행 웹사이트는 '대출한도 100만원, 금리 8%입니다'고 알렸다. 기가 막혔다. 직장인 신용대출만 2000만원 이상 나오는 대기업에 다니고, 신용등급도 1등급인데 금리는 왜 비싼지 이해할 수 없다.”
A 은행 대출 심사시스템은 이유를 설명한다. “최근에 명품 가방 2개 구입 600만원, 한 달 택시비 60만원, 홍콩 여행 400만원, 눈과 코 필러 등 성형수술에 500만원…. 당신의 ‘현재’ 재무상황이 매우 나쁘네요.” 한 가지 더.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기분 나쁨’을 표기한 게 많네요 당신의 상항이 매우 안 좋아지고 있어 심리가 불안한 것으로, 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됐습니다.”
개인 신용등급은 ‘죽은’ 데이터로 무시되고 현재 나의 소비패턴과 재무상황 등 ‘살아있는’ 정보로 대출하는 시스템의 한 장면이다. 소설 속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등장할 '신(新)뱅킹 시스템'이다.
◆ '죽은' 신용등급 대신 살아있는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 한창
지난 5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20층. 이곳에 입주한 ㈜핀테크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대출이 가능토록 빅데이타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임선일 전략사업본부 팀장이 직접, 기자에게 시제품을 시연했다.
학원비, 택시비, 카드결제 내역, 급여통장, 대부업 대출, 성형수술 비 등 현재의 거래내역을 입력했더니 신용등급이 실시간으로 산정됐다. 기존의 KCB,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만든 신용점수는 무시됐다. 그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과거의 거래내역을 통해 미래 상환능력을 평가하지만, 앞으로 현재의 금융 거래내역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다시 결정해 대출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렌도(Lendo)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가 있는 사람에게 30만원 한도로 대출한다. 가령 SNS 지인 중에 연체자가 있으면 점수가 낮아지고 반대라면 높아져, 대출심사를 한다. SNS 친구도 아무나 받아주면 안될 일이다.
㈜핀테크의 기술이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나홀로 창작품이 아니어서다.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이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고 함께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핀테크 1Q Lab’에 입주한 1호 기업이다. 임대료 비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하나은행 본점 20층 200평 넘는 사무공간에 ‘공짜’로 입주해 있다.
하나금융이 핀테크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육성하고, 신기술을 은행업에 적용키 위해 사무공간부터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 가능성 분석, 법률 지원, 자금지원까지 1대1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핀테크 외에 얼굴인식 보안 솔루션 업체인 파이브지티 등 두 곳만 입주해 있다. 앞으로 총 15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파이브지티는 올해 말부터 은행 영업점에 가지 않고 계좌개설이나 금융상품 가입을 온라인에서 하는 비대면 채널 확대에 필요한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업체다. 무려 20만명의 얼굴을 구별해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 은행권 中금리 대출시장 개척에 핀테크 활용 의지
하나금융의 ‘핀테크 1Q Lab’에 입주하려는 기업은 매우 많다. 전윤서 하나은행 e-금융사업부 과장은 “스타트업 기업은 기술만 있지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시간으로 분석과 평가를 해주고 대출지원 그리고 실제 은행에 제품을 납품했다는 기록까지 얻을 수 있어 완벽한 비즈니스 환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 그랑서울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핀테크 1Q Lab'에 발전 가능성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업체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기진 기자> |
이날도 기자가 찾았을 때 하나카드와 입주 기업이 비즈니스 적용에 관한 논의하며, 현장에서는 핀테크 신기술 적용이 한창이었다.
이런 지원센터는 KB금융지주의 ‘KB핀테크HUB센터’, 신한금융지주의 ‘신한 Future’s lab(퓨처스 랩)’ 등이 있지만, 하나은행처럼 핀테크업체가 입주해 금융회사와 살을 맞대고 사업을 연구하는 곳은 아니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핀테크 업체를 지원하는 목적은 이른바 중(中)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신용등급 8~9등급 개인이나 담보력이 부족했던 신생, 중소기업, 소호(SOHO)등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이다. 이들은 은행 대출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찾아야 했다.
IBK기업은행 미래기획실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소외 받던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기업처럼 담보나 영업력이 부족해 시중은행 대출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2, 3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기는 신인도가 높은 고객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국장은 “6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 등 핀테크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안을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