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장벽, 보호무역 수단 급부상…정부차원 적극 대응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부처별 칸막이식, 규제중심의 인증제도가 융복합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시대변화에 맞춰 통합된 인증제도가 필요합니다."
이원복(65)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6개월 간 인증산업 육성에 열정을 쏟았다. 공공기관장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인증산업에 반평생을 바쳐 온 내부출신 CEO로서 전문성과 책임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1966년 설립된 국내 유일한 정부출연 시험인증기관이으로서 신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이 주업무다. 잘 알려진 KS인증과 전기용품안전인증 등 국내 109개 인증을 받으려면 이 산업기술시험원에서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한다.
설립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산업기술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선진국 인증기관들과 비교하면 규모나 역량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 이원복 원장을 만나 인증업계의 과제와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책을 들어봤다.
- 우리나라 시험인증산업의 현주소는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이 21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서울지역본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학선 사진기자>
▲ 인증업체나 시장규모 측면에서 글로벌기업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KTL이 국내 1위지만 세계 1위인 스위스 SGS사에 비하면 매출이 약 60분의 1, 직원 수가 100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국제적인 위상에 비해 인증산업은 매우 낙후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해외기업들이 국내 인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시장 규모가 약 3조 6000억원 규모인데 51%를 외국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업체의 해외수주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 글로벌시장 규모는 어떤가
▲ 세계 인증산업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서 최근 5년간 두 배로 급성장했다. 각국의 기술규제가 강화되고 국가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 국내 인증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 <김학선 사진기자>
▲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부처가 소관 산업별로 규제중심의 인증제도를 운영하면서 해외시장보다는 내수시장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109가지의 인증제도가 있는데 서로 배타적이어서 융복합 인증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융복합기술이 대세인데 인증제도가 발목을 잡는 셈인데
▲ 인증획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자면, 원자력발전소용 전기기기는 전기안전, 전자파, 내진시험 등의 인증을 함께 받아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인증기관이 없어 해외인증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인가
▲ 부처별 칸막이식 인증제도는 융복합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시대변화에 맞춰 통합된 인증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정책기조에도 부합된다. 또한 대형 외국기관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기관을 육성해 우리기업의 생산 및 판매, 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야 한다.
- 선진국은 인증제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 선진국의 경우 연구개발 초기부터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엄격한 시험평가와 인증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인증 후에는 바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제품기획 단계부터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R&D사업 성공률이 84%로 높은 편이지만, 실제 상품화되는 비율은 절반 수준인 44%에 불과하다.
- 제품인증이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데
▲ 최근 우리나라가 한중FTA를 비롯해 FTA 체결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FTA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인증장벽을 넘어야 한다. 인증산업이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수출경쟁력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해외기관과 상호인증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 같다
▲ 현재 51개국 120개 기관과 상호인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이나 개도국의 경우 아직 부진하다. 현지 주요기관과의 상호인증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출기업의 발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
- 취임 6개월인데, 내부출신 기관장으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다
▲ KTL이 설립된 지 49년이 됐지만,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증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큰 책임감을 갖고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지난주 경남 진주로 본사를 이전했는데 고객지원에 어려움은 없나
▲ 지방이전에 맞춰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기존의 수도권 고객은 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남부지역 고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조선해양, 기계금속, 방위산업 등 남부권에 밀집된 산업에 맞춤형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원복 원장 약력>
- 1950년 충북 청주 출생
- 청주고, 고려대 전자공학과 졸업
- 생산기술연구원 품질평가센터 기획과장(89.11)
-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품질평가센터 기획실장(93.8)
-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 감사실장(98.10)
-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위원(00.1)
- 동국대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 운영위원 및 기술고문(11.8)
- (재)원주위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12.7)
-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14.10~현재)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