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취미의 방’은 특이한 재료로 요리하는 것이 취미인 ‘아마노’, 건담에 푹 빠진 ‘카네다’, 고서 수집이 취미인 ‘미즈사와’, 취미를 찾는 것이 취미(?)인 ‘도이’, 네 남자를 조명하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자들, 수상하기 짝이 없다. 아마노는 맛을 보라며 캥거루 요리를 내놓고, 멀쩡한 성인 남성 카네다는 건담 코스프레를 하며 열광한다. 킁킁 거리며 오래된 책 냄새를 맡는 미즈사와의 모습 역시 기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진지하기 그지 없다.
네 남자는 ‘취미의 방’이라 명명한 이 수상쩍은 방에서 자신들이 세운 몇 가지 규칙을 준수하며 지내고 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평범에서 한참은 벗어났는데, 이 작은 공간, 몇 개의 규칙 안에서 네 사람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그러다 분위기가 급변한다. 네 남자만의 세계에 의문의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불청객이 등장한다. 약간 독특한 가족드라마가 미스터리 코믹 추리(?) 장르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취미의 방’은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작가 고사와 료타의 최신작이다. 이번 대학로 공연은 지난 2012년 일본서 초연된 이후 2년 만이다. 아마노 역에 서범석 김진수, 카네다 역에 남문철 최진석, 미즈사와 역에 김늘메 최대철, 도이 역에 지일주 안재영, 미야지 역에 박민정 백은혜가 출연한다.
원본 희곡이 우리나라 문법에 맞춰 단어나 어투가 수정됐지만, 일본 공연에 비해 플롯 상 큰 차이는 없다. 일본 정서가 강하게 묻어나는 탓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공연이 이어질수록 관객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대본 자체가 가진 코믹한 요소들이 일본 색채의 이질감을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전이 거듭되고,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튀어나오니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도 호평의 이유다. 극단적인 상황에 연달아 부딪히는 등장인물들의 희극적 모습은 객석을 쉴 새 없이 빵 터뜨린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너무도 극적이고 희극적이라 현실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로 인한 객석과 무대의 거리감을 확 좁히는 것 역시 대본 자체가 가진 ‘웃음’과 ‘반전’의 요소들이다.
신나게 웃다 보면 어느 샌가, 수상한 네 남자의 활짝 핀 미소가 참 부러워진다. 우리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취미로 시작해 취미로 끝나는’ 연극 ‘취미의 방’은 오는 2015년 1월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만 11세 이상 관람가. 3만~4만5000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연극열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