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세 · 對일본 수출비중 감소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최근 엔화 약세로 재계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며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엔저로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와는 달리 수출과 무역수지가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우리나라 수출품이 줄었고, 수출이 엔저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우리 대기업들의 해외법인 생산비중이 커진 것도 이유다. 그리고 대(對)일본 수출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 '엔저'인데 일본 수입 오히려 감소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2.5% 증가한 517억 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에 이어 세번째로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무역수지도 74억 9900만달러 흑자로 올들어 월간 기준으로 최대였다. 이는 33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동시에 올해는 이달 중에 4년 연속 무역수지 1조달러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같은 수출과 무역수지 호조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무역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일본 수출증가율은 2012년 전년대비 2.2%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7%나 줄었다. 올해도 전년동기대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달 역시 7.1% 줄었다.
일본 수출비중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전체 수출의 7.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6.2%로 떨어졌고 지난 8월 이후로는 5%대로 내려앉았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도 줄었다.
산업부 무역투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對)일본 수출액과 수출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면서 "엔화로 거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엔저로 인한 우리기업의 충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엔저에도 불구하고 대일본 수입액이 오히려 줄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부품국산화 비율이 높아졌고, 경기침체로 시설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엔저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중요"
엔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수출이 엔저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우리나라가 일본 제품과 가장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등 판매분의 상당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한다. 이는 일본의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은 컴퓨터,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수출증가율이 8.6%나 급증하는 등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EU를 제외한 미국과 아세안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무역투자실 관계자는 "엔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지만,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더욱 커졌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엔저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엔저 장기화 가능성… 피해 본격화 우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가팔라지면서 일본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출단가를 인하하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엔화 약세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엔저가 일본 제품가격 인하→수출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이제부터 여파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 추세가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수익성이 좋아진 일본 수출기업이 이제 엔 약세를 수출단가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는 경우 총수출은 약 0.92% 감소했다. 특히 철강·석유화학·기계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