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화, 현대차 順.. "유보금 상당히 누적"
[뉴스핌=이영기 김현기 기자] 우리나라 10대 그룹 주요기업들의 현금보유 규모가 최근 3년새 2.2배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대규모로는 삼성전자와 한화, 현대차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금보유 규모는 지난 2007년 이후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지급을 하고 남은 사내유보금 누적금액에 상응하는 규모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24일 뉴스핌이 애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회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그룹의 주요 10개 회사의 현금보유 규모는 총 176.9조원으로 지난 2010년말의 81.8조에 비해 2.2배 수준로 증가했다.
각 기업 재무상태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것을 현금보유 규모로 봤다.
주요 10개 회사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POSCO,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한화, 대한항공, GS칼텍스로 이중 삼성전자와 현대차, 한화의 현금보유 규모가 각각 54.5조원 및 43.4조원, 46.7조원으로 전체의 80%수준을 능가했다.
현금보유 규모는 절대액에서 이같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10년 481.7조원에서 2013년말 738.9조원으로 1.5배 수준으로 늘어난 자산규모 대비 비중도 높아졌다.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 비중은 지난 2010년 17.0%이었지만 2013년에는 23.9%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고정자산 등 다른 자산에 비해 현금은 회전율을 높은 점을 고려하면 현금보유 비중이 숫자상 높아진 것 이상으로 평가된다.
한 회계전문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한 기업환경으로 현금보유 비중을 늘이는 것이 글로벌 추세이지만 현금의 회전율을 고려하면 2010년 이후 보이고 있는 10개 기업의 현금보유 비중은 과도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약 176.5조원의 현금보유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이후 10대 기업들이 배당하지 않은 당기순이익의 합계인 186조원에 상응해 눈길을 끈다.
현금흐름으로 볼 때 2007년 이후 10대 기업들의 당기순이익 총 합계금액은 206.2조원이고 배당금지급액은 22.2조원이었다.
2010년 이후 배당지급액과 고정자산 투자의 합계와 당기순이익의 금액이 100%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상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실제 사내유보금이 누적된 것으로 해석된다.
15년 이상 기업회계 감사업무에 종사한 다른 한 전문가는 "10대기업의 경우 2007년까지 거슬러 가도 과거 7년간 평균적으로 당기순이익보다 많은(약138%수준) 금액이 실물투자와 배당금지급에 이용됐지만, 감가상각과 재무활동 등을 고려하면 그간 현금성자산이 상당히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투자도 투자이지만 낮은 배당성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같은기간 배당성향은 9%인데, 2007년까지 거슬러가면 평균 배당율이 11%수준이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성장을 지속한 일본의 1.9%보다 낮은 1%대의 시가 배당수익률을 보이는 우리나라는 사내유보율이 80%를 능가하며 글로벌 1위 수준"이라며 "배당확대 등을 유도하는 정책의 당위성이 존재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배당금지급이나 설비투자 나아가 임금인상 등으로 사용해 내수활성화의 물꼬를 트려는 정부 2기 경제정책팀이 사내유보금을 주목하는 이유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김현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