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연간 목표치의 20%대 수준..향후 공공공사 차질 우려
[뉴스핌=이동훈 기자] 도로나 다리를 짓는 공공공사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공공사를 주도하던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공사입찰 담합 판정을 받고 있어서다. 담합 판정이 확정되면 건설사들은 최대 2년간 다른 공공공사 참여가 제한된다.
공사입찰 참여가 막히지 않더라도 공공공사 참여는 어려워진다. 담합 판정을 받으면 회사 이미지 훼손은 물론 수 백억원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공사 원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더하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올해 공정위가 건설사에 담합 혐의로 내린 과징금은 3200억원 규모. 호남고속철도와 같은 굵직한 대형공사 담합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어 연간 과징금이 1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료=대한건설협회
◆발 빼는 건설사, 공공공사 실적 ‘뚝’
경기 침체와 예산 부족으로 국가 공공공사 규모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들도 입찰을 꺼리고 있어 공공공사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시공능력 상위 6개 건설사의 공공공사 매출은 8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1조500억원)에 비해 16% 줄었다.
이 마저도 대림산업이 2배 이상 늘었을 뿐 나머지 건설사는 30% 넘게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올 1~4월 공공공사 매출은 지난해(1~4월) 24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각각 1900억원에서 700억원, 26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공공공사 수주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공공공사 수주 목표액이 1조7000억원. 달성률은 10%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목표액 1조200억원 대비 22%를 달성했다.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 때 건설사들이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 칼날에 숨죽인 건설사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사 담합에 대해 강도높은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최근 2년간 공정위가 건설사에 내린 과징금은 45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철도 3호선, 경인운하사업, 부산지하철 1호선 등 10건의 담합을 적발해 3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해 하반기 추가적인 과징금 제제가 내려지면 연간 건설사 과징금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시공능력순위 1, 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합한 금액과 맞먹는다.
과징금은 매출액 대비 7~10%를 기준점으로 책정된다. 사업비 1조원 공사는 최대 10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여기에 건설사의 재정 능력, 협력 여부 등을 고려해 금액이 조정한다.
◆국가 기반시설 조성 우려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공사에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국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술력과 전문 인력 등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이 정부 공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들이 대체할 수 있다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적정한 이익률을 보상 받지 못해 중견사들도 사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매출은 올려야 하고 토목 인력은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공공공사에 참여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발주금액은 더 낮아진 반면 인건비, 자재비 등은 올라 원가율이 대부분 100%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공공사에 대형 건설사가 빠지면 당분간 중견 건설사가 그 자릴 채우겠지만 원가율 부담이 여전히 높고 기술력도 부족해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B건설사 한 임원은 “대규모 턴키 사업에 건설사가 공구를 나눠 입찰하는 행위는 그동안 묵인되거나 조장된 게 사실”이라며 “공사 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 등 공공기관이 과징금 폭탄까지 떠넘겨 기업 운영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