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대 금보유국 목표, 달러 패권 대항 포석
[뉴스핌=강소영 기자] 국제 금값이 폭락한 가운데 지난해 '묻지마'식 순금 투기에 나섰던 중국 아줌마 부대, 속칭 '왕타이타이(王太太)'들이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펑펑' 후회의 눈물을 쏟고 있을까? 정답은 '메이유(沒有 아니다 )'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금값 상승의 근거는 글로벌 금 사냥에 나선 중국 '아줌마 부대'의 실체에서 찾을 수 있다. 량하이밍은 국제 금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투자자의 실체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고, 인민은행은 고도의 전략적 차원에서 금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값 폭락으로 중국 '아줌마 부대'가 상심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국내외 시장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중국과 외국 언론은 '묻지마' 금투자에 나섰던 중국 '아줌마 부대'의 예상 손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아줌마 부대의 손해가 200억 위안(약 3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량하이밍은 이런 셈법으로 중국의 금 투자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그는 금 시장에서 '속이 타는' 쪽은 중국 투자자가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투자은행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국제 금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들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매년 400~500t의 순금을 빌려 금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량하이밍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시장에 대량의 순금을 방출해 금값을 떨어뜨린 후 순금을 되사는 방법으로 차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아줌마 부대'라는 돌발 변수의 등장은 이들 투자은행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자본의 막대한 금투자로 금 시장에서 순금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금 생산량은 18만t. 이 가운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은 전체 생산량의 20%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순금을 매입한 후 장신구로 가공하거나 소장할 뿐 순금을 시장에 되파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은 사실상 국제 금값의 변화 추이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즉, 금값이 하락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입는 주체는 중국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사회가 '놀랄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 금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량의 순금 매입에 나서고 있는 진정한 큰 손 '중국 투자자'는 '아줌마 부대'가 아닌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이다. 국제 금 거래 시장이 중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미국 양적 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국제 금값이 27%가 떨어진 틈을 타 인민은행은 1000t이 넘는 순금을 사들였다. 이는 세계 순금 매입량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중국은 전략적으로 순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순금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순금 보유량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1054t에 달했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유로화와 같은 국제 통화의 지위를 얻으려면 중국은 순금 보유량을 미국과 유럽의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세계 최고 수준인 3조 9500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외화보유액 중 순금자산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미국의 순금 보유량은 외화보유액의 71.7%에 달한다. 인민은행은 달러 자산에 치중한 외화자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순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급격한 순금 보유량 확대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 금값이 오를 수 있고, 중국의 순금 '파워' 확대가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순금 보유량을 미국·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선 앞으로 7000~9000t의 순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 중국이 막대한 양의 순금을 수입하면 국제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금 수입국이 됐다. 세계금위원회(WGC)도 중국 민간 부문의 금 수요가 2017년 최소 1450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은 순금 수입량 확대와 함께 국제 금 시장에서 자국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에 위안화로 거래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순금 현물거래소를 설립하고, 베이징에도 금 거래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금 거래소 확장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금 보유국으로 발돋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량하이밍은 미국이 세계 최대 순금 보유국가이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순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1년 브레튼우즈체제 붕괴 후 미국의 달러가 국제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만약 금의 가치가 예전처럼 높아지면 '달러 패권'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금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막대한 순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달러 패권이 약화하더라도 '신(新) 금본위 체제'에서 미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량하이밍은 설명했다.그러나 만약 중국이 순금 보유량을 지금처럼 빨리 늘려나간다면 국제 금값 상승과 함께 미국의 달러 패권도 위협을 받게 될 수 있다.
금값 하락 약세가 지속되면서 금 투자에 대한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량하이밍은 오히려 국제 금값이 앞으로 2~3년 내에 2000달러/온스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웨스트 쇼어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임스 리커드(James Rickards) 역시 지난 3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금값 강세론을 펼쳤다.
제임스 리커드는 ""금값이 지난해 급락을 시작으로 추세적인 하락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금값은 상승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강한 랠리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앞으로 5년 후 금 선물은 온스당 7000~9000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르면 3년 이내에 이 같은 가격을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량하이밍은 "금값 약세의 지속으로 중국 '아줌마 부대'의 금 투기가 국제 시장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은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