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50억원 이상 배임·횡령 범죄 사범 집행유예 금지 담아
[뉴스핌=고종민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이재현 CJ그룹 회장·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주요 재벌 총수들이 과거 ''3년 징역-5년 집행유예'를 받던 선례와는 달리 실형 선고를 받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회서도 원천적으로 재벌 경제사범에 집행유예 선고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민현주·정희수·박민식 의원 및 민주당 원혜영·오제세·이춘석 의원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특경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각의 개정안은 내용면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고액의 횡령·배임을 범한 기업인에 대해 죄질이 무겁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 개정안마다 이득액 구간 및 법정형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이득액 50억원 이상에선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의 요건인 3년 이하의 징역(형법 제62조)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단, 박민식 의원은 50억∼300억원에서 5년 이상, 300억원 이상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으로 타 의원 대비 형량의 정도를 낮췄다. 300억원 이상부터 집행유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재계에선 기업총수라는 특정계층을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한다며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입법 목적 자체를 두고 위헌성을 다룰 여지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선 업무상 배임죄의 경우 주로 기업 활동과 관련된 만큼 '재벌총수' 또는 '대기업 오너' 집단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반박한다.
법사위 관계자는 "7년 이상으로 법정형이 가중될 경우 법원이 (과거처럼) 형기의 2분의 1까지 작량 감경하더라도 형법 62조에 따른 집행유예의 요건에 해당하기 않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지난해 민현주·정희수·원혜영·오제세안이 한 차례 법안1소위에서 논의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측(법무부)과 일부 의원이 지난 1990년 특경가법 개정 이후의 경제 사정과 화폐가치의 대폭 변경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이득액 규정 구간에 대한 수정도 필요할 것"이라며 "또 이득액 만으로 형량을 정하는 것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사기나 횡령의 경우에는 비교적 이득액을 확정하기 쉽지만 배임죄는 이득액과 피해액을 정확하게 확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라며 "일부 의원들이 타 법안과의 형평성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법사위는 지난해 4월 25일 법안1소위를 열고 특경가법에 대한 논의를 했으며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소위원장인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이득액 구간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살인(5년 이상 징역) 등과 같은 형벌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에 국회의 요청으로 법무부에서 법리 검토를 하기로 했으며 현재로선 8개월여 동안 여야 간 쟁점 대립으로 타법안보다 후순위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법사위 관계자는 "당시 특가경법은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주목 받으면서 의원들의 관심이 컸으나 현재는 여야 간사의 관심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며 "2월 국회에서 재차 논의될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법사위 내에서 확정적으로 나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전일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9년 6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내 미공개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팔아 102억원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박 회장을 기소했다. 또 금호피앤비화학과 공모해 2008년 11월부터 23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107억5000만원을 빌려주게 한 혐의를 받고 있았다.
검찰이 징역 7년과 벌금 300억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300억원 중 34억원만 유죄로 인정, 현행법상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