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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보 매각] 구자원 회장, 평생 키운 ‘금융’을 내려놓다

기사입력 : 2013년11월19일 12:40

최종수정 : 2013년11월22일 09:09

보유지분 전량매각해 CP피해 보상키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지난해 10월 기자회견  당시 눈물을 닦던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핌=강필성 기자]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그룹의 핵심 기업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LIG손보는 구 회장이 일평생 키워온 종합금융그룹의 꿈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19일 LI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LIG건설 CP 피해금액 1300억원의 보상을 위해 LIG손보 매각을 결정했다.

그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지분매각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렀다”며 “앞으로 진행될 지분매각 과정에서 저에게 요구되는 어떠한 희생과 어려움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 결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구 회장은 19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 회장은 럭키증권 사장, 럭키개발 사장, LG정보통신 부회장을 거쳐 1999년 LG화학의 계열분리와 함께 금융업계 뛰어들었다. 동생인 구자준 전 LIG손보 회장은 미국의 보험전문가 대학 교육을 받았을 정도.

구 회장은 “LIG손보는 저와 임직원의 피땀이 서려있는 LIG그룹의 모체기업”이라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룹의 모체기업만은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번 결정을 하기 전까지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제 제 열정을 모두 바쳤던, 제 인생과도 같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 못할 아쉬움과 회한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LIG손해보험은 LIG그룹 내에서 금융계열사의 모회사다. LIG손해보험을 매각한다는 의미는 LIG그룹 내 모든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것과도 같다. LIG그룹 내 금융계열사 매출이 9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LIG그룹의 규모는 반의 반토막도 남지 않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LG화재에서 시작된 LIG그룹의 모태를 매각한다는 의미는 그룹 자존심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그가 그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LIG손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부자(父子)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 받은 1심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구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은 LIG건설 부도 과정에서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현재 구속 중이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1심 판결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그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8년을 선고 받아 나란히 법정구속됐다.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 측에서 항소하며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3부자가 나란히 법정에 서는 상황이 적잖은 부담이 됐으리라는 관측이다. 결국 형량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LIG건설 CP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필수였다. 현재 구 회장 등이 마련해야 할 비용은 총 1300억원 규모.

하지만 이같은 위기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구 회장의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표면만 본다면 겨우 13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매출 9조원의 기업을 파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피해금액의 2/3만 배상해도 감경사유가 되는데 100% 배상을 하겠다고 핵심기업까지 파는 것은 오히려 과잉 배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실제 구 회장은 “CP 투자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 보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법정에서 수차례 밝혀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손익과 상관없이 피해 보상을 위한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동정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와 관련 LIG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이나 잘잘못을 떠나 CP투자자를 비롯 국민 여러분과 정부, 관계기관에 큰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스럽다”며 “대주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핵심계열사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투자자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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