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의회 발언을 놓고 명쾌한 해석이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외환시장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연준의 긴축 가능성과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앞세운 달러화 ‘사자’에서 안전자산으로 트레이딩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후 상승 흐름을 탔던 달러화가 엔화와 스위스 프랑에 대해 약세로 전환한 것이 이 같은 판도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주장이다.
연준의 QE 중단이 곧 달러화 강세라는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데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독주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에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환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 애널리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의회 발언 후 달러의 나홀로 강세 흐름이 시들고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가 강하게 반등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며 “모든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 ‘사자’로 일관했던 투자자들이 전략을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엔화 상승은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맞물리면서 일본 증시의 7% 이상 폭락에 힘을 실었다. 호주 달러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상품통화 및 이머징마켓 통화는 최근 기류변화로 인해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의 화두는 연준의 QE 축소 여부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포지션에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점”이라며 “이머징마켓 통화와 캐리 통화의 비중을 축소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전과 같은 달러화 랠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여전히 일부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랜드화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동반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