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주 지역통화 약세로 전환 조짐
[뉴스핌=이은지 기자] 2008년 이래 미국 달러화 대비로 강세를 지속해 온 아시아지역 통화가 약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홍콩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수천명의 필리핀인들에게 최근 수년간 외환시장의 흐름은 달갑지 않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차 양적 완화를 발표한 2008년 11월, 필리핀 인들이 자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최소임금 기준 한달에 약 25300페소였다면 현재는 이 금액이 20650 페소로 줄었기 때문이다. 자본 유입 증가로 달러화 대비 필리핀 페소의 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이와 같은 예는 비단 필리핀 페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 통화는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중국 위한화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태국 바트화는 지난달 달러화 대비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국 통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된 탓에 태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연준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거지며 최근 며칠간 아시아 지역 통화들의 강세 기조는 진정 국면을 보였다.
22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0일간 아시아 지역 주요 통화는 그간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이는 미국 달러화가 랠리를 펼친 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는 1% 하락했고 바트화는 1.4% 내렸다. 싱가포르 달러화도 2.2% 하락했다.
※출처: 톰슨로이터, 데이터스트림, 스코티아뱅크. FT에서 재인용 |
도이치뱅크의 아시아지역 통화 담당 새미어 고엘은 "미 달러화 랠리가 아시아 통화들을 방어적 자세로 내몰 것"이라고 말했다. 또 UBS의 바누 바웨자 신흥시장 통화담당자는 "10년간 달러화 약세 추세가 바닥을 쳤다면 이는 상당히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아시아지역 정책 결정자들은 자국 통화 강세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일본은행(BOJ)의 완화책 발표 이후 아시아 통화 강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본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자본제한 조치들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 최근 중국이 가짜 수출 영수증 발행을 억제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조치의 일환이다. 한국과 호주는 최근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스코티아뱅크의 사챠 티하니 외환 전략가는 "많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BOJ의 완화책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완화책 축소가 달러화 랠리를 이끌어 아시아 통화 강세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완화기조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 투자자들이 자본을 세계 어느 지역으로 이동시키느냐가 문제다.
크레디아크리콜의 미털 코테차 외환 전략가는 "연준의 통화책 종료는 당연히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이는 일본으로부터의 잠재적인 자본 유츌과 평형을 이룰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