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외환 트레이더 사이에 분석과 판단은 옛말이다.
주요 통화의 향방을 점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스타 투자가의 움직임을 모방, 자동적으로 베팅하는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외환 트레이더의 손과 발로 자리잡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는 데 따라 소위 모방 프로그램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와 유로화, 크로나 등 각국의 통화를 잠자지 않고 분석하는 일이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트레이더의 주장이다.
특히 통화정책이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영향력을 확대한 가운데 최근 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기습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시장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커런시(Currensee)나 이토로(eToro)와 같은 프로그램이 외환 트레이더들 사이에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각 프로그램은 특정 스타 투자가를 지정, 이들의 투자 행위를 추종 및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트레이더들의 계좌로 자동적으로 그들과 같은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트레이더의 60%가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프로그램 없이 스스로 투자 판단을 내려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선 트레이더는 3분의 1에 그쳐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호주의 외환 트레이더인 라케쉬 쿠마는 “전체 거래 물량의 95%를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가 두드러지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더라도 리서치는 불가피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외환시장 자체의 분석이 아니라 구루들의 투자 판단과 수익률을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의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 베르타람 클렉토는 “이토로 프로그램을 통해 8명의 구루들이 내리는 투자 판단을 추종하고 있다”며 “구루들의 수익률을 늘 주시하고, 추종할 대상을 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