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홀대에 카파라치까지, 설계사는 죽을 맛
[뉴스핌=최주은 기자] “영업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카드 발급과 사은품은 이제 공식화됐습니다. 사은품 없이는 카드 한 장 발급하기 힘이 드는 상황에서 카파라치제도라니요. 저희 설계사는 카드사에 치이고 신고제에 밀려 안팎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다음 달부터 신용카드 불법모집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반발해 카드설계사들의 모임인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제기 계획을 밝히는 등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신용카드 발급건수는 1억1537만매로 인구 1인당 신용카드 소지 매수는 4~5장인 셈이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 신용불량자 등 신용카드 발급 대상을 제외하면 인당 신용카드 소지 매수는 4~5장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신용카드 발급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최근 이용자들은 한 두 장의 신용카드를 집중 사용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추가 신용카드 발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설계사들은 회원 유치를 명목으로 연회비에 따라 2만~4만5000원의 모집수당을 받는다. 이후 실제 카드 사용이 이뤄지면 3개월 동안 유지수당도 받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60~70%는 영업비로 나가는 게 현실이다.
◆ 수당체계…설계사 ‘부당하다’ vs 카드사 ‘무분별한 카드발급 막는 방지책’
카드설계사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당 체계가 과거에는 모집수당 하나로 비교적 간단했던 반면, 최근 수당 체계는 카드사별, 항목별로 세분화 돼 있고 ‘패널티 제도’라는 게 있어 모집뿐만 아니라 꾸준히 유지, 관리해야 수당을 받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과거 카드 한 장을 발급하면 장당 모집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수당 체계는 일정기간 카드를 유지해야 하는 유지수당, 일정금액 사용해야 하는 사용수당 등 보다 더 세분화됐다. 또 카드가 일정 기간 유지되지 않고 사용액이 없으면 설계사들은 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수당을 받는 기준 점수 가운데 일정 점수가 차감된다.
카드설계사들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발급수당은 연회비 5000원인 카드의 경우 4만원 정도다. 하지만 카드 미등록에 대한 패널티가 2만원, 3개월 내 해지하는 경우도 4만원의 패널티가 부가돼 발급수당과 맞먹는다. 여기다 이용금액을 맞추지 못하면 점수가 차감된다.
2만4000원의 발급수당을 받는 KB국민카드는 3개월내 해지 패널티가 4만원이고 점수는 1점이 차감된다. 6개월 이내 해지하는 경우도 2만원의 패널티가 부가되고 점수가 1점 차감된다. 패널티가 카드발급 수당보다 더 큰 셈이다.
또 삼성카드는 연회비 2만원인 카드의 경우 발급수당이 2만원이다. 미등록 패널티는 2만원이며, 6개월 이내 해지하는 경우도 2만원을 토해내야 한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금액 패널티 이외에 점수도 차감돼 수당을 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게 현업 설계사들의 설명이다.
현대카드는 M3의 경우 발급수당이 4만5000원이다. 미등록 패녈티는 발급수당과 동일한 수준인 4만5000원이고, 6개월 이전 하루만 일찍 카드를 취소해도 미등록으로 인정된다.
이외에 일정 금액 이상 이용해야 수당을 맞추는 이용수당도 있다. 카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한카드의 경우 카드발급 고객이 5만원 이상을 써야 차감되는 점수가 없으며, 10만원 이상을 써야 2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또 통상 삼성카드는 30만원, 현대카드는 20만원, 롯데카드는 10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설계사들의 점수 차감이 없거나 수당이 줄지 않는다.
한 카드설계사는 “심지어 한 카드사는 얼마 전까지 고객들이 연체하는 금액에 대해 연체금의 0.2%를 설계사에게 전가하는 수당체계를 유지했었다”며 “이 체계는 내부적으로 부당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최근에 없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와 설계사는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라며 “카드사가 실질적으로 설계사들의 목줄을 움켜쥐고 있지만 부당한 수수료 체계가 너무 많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수당 체계가 과거 발급수당 중심이었던 것에서 유지, 사용수당 등 항목이 세분화된 건 사실”이라며 “이는 카드 시장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카드사들은 카드발급을 늘려 회원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최근 카드사들은 포화된 카드시장에서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꼭 사용할 사람만 신용카드를 발급하라는 뜻으로 이는 업계 공통사안에 해당한다”며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체계가 변하는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