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예보, '퇴출' 공떠밀기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사이에서 자산규모 1조~2조원대 대형저축은행 3곳에 대한 퇴출을 놓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권에서 10월 퇴출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사이에서 이들 저축은행 퇴출결정과 관련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토마토, 제일 저축은행 등 7개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발표한 후 첫 영업일인 19일 경기도 성남시 토마토 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예금자들이 은행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2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4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3곳이다.
A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영업정지 조치된 저축은행의 자회사로 지난 3월말 기준 총자산이 1조500억원대, BIS비율은 -11.75%에 달한다. 3월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44.28%까지 치솟으면서 BIS비율은 전년동기 7.76%에서 20% 가까이 급락했다.
또 지난 5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계열사인 B저축은행과 C저축은행은 3월 말 기준 총자산은 1조8000억원대, 2조1000억원대, BIS비율은 각각 1.22%와 7.56%를 기록하고 있다.
B저축은행과 C저축은행 역시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급증하면서 BIS비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0%, 6%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BIS비율이 10%를 웃돌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조만간 내려질 것이란 '퇴출설'이 횡횡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예보는 기본입장 표명은 유보한 채 퇴출결정 절차에 대한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 예보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이들 저축은행의 관리인으로 지정된 예금보험공사가 (퇴출 등의) 처리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보는 적기시정조치 등 행정처분 권한은 금융위에 있는 만큼 현재로선 저축은행 퇴출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역시 금감원과 예보의 검사결과와 이에 따른 의견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12월 대선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어느 기관도 총대를 먼저 메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24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퇴출 저축은행 계열사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설과 관련 "예금보험공사에서 잘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예보 관리가 아닌 경우는 금융당국에서 조치를 하지만 예보에서 사실상 이들 저축은행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처리 방안을 금융위에 제시해야 한다"면서 "예보에서 (영업정지 등) 어떤 방향을 제시하면 거기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예보에 공을 넘겼다.
이에 대해 예보 고위관계자는 "매각이전은 예보가 하고 적기시정조치 행정처분은 금융당국이 해왔다"며 "예보가 관리한다는 것은 대주주 내지는 관리인 입장이고 행정처분의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결과와 예보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금감원과 예보에서 검사한 결과를 가지고 오면 조치를 하겠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퇴출설이 제기된 이들 3개 저축은행 이용 고객 수는 30만명에 달한다. 자산규모 5위권 내 저축은행도 2곳이나 포함돼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저축은행 퇴출을 놓고 금융당국과 예보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금융시장 혼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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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