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당국, 경쟁사 인사 영입의 이해득실 '저울질'
[뉴스핌=강필성 기자] ‘유통업계 대기업 사외이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최근 대기업 사외이사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의 공식 역할이 기업 경영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합법성을 확보하면서 혹 있을수 있는 대주주의 전횡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인사를 선임하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기업의 투명성 뿐만 아니라 사업 전문지식에 대한 조언, 대외활동 등을 기대한다는 것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기업 사외이사의 주요 경력을 보면 그 회사의 또다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내놓는다.
28일 각 유통·식품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 유통사들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부 기업은 최근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신규 선임하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사외이사 경력과 해당 회사의 '현안'에 연결고리가 발견돼기도 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측은 전문가 영입일 뿐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는 하지말기를 요청한다.
우유업계 선발사인 매일유업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축산경영학을 전공한 김옥경 이사는 축산 분야의 전문가로 일컬어지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을 역임한 경력 때문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3월 매일유업의 제품에서 식중독 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발견됐다고 발표해 매일유업과 한바탕 갈등을 빚었다. 매일유업에서 이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외부 10여개 조사기관에 따로 검사를 의뢰하면서 대립각을 세운 것. 감독기관인 수의과학검역원과 매일유업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음은 두말할 것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김옥경 사외이사의 취임 배경에는 매일유업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기대감이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판매 중인 튀김가루에 생쥐 시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들어가 곤혹을 치뤘던 이마트도 식품의약안정청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마트 분할 법인 출범과 함께 사외이사에 선임된 문창진 차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 원장은 지난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2007년 보건복지부 차관 등의 공직을 거쳤다.
그 외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사건 및 조사방해 건으로 조사·고발을 당하기까지 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자회사 CJ씨푸드의 사외이사로 이동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동규 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하고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 고문을 맡고 있다.
특정 업종에 대해 각별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인선도 두드러진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임홍재 청주대학교 객원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입했다. 임홍재 이사의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주 베트남 대사의 경력.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그는 이라크, 이란 등의 대사를 지내 동남아 및 중동 지역에 많은 인맥을 자랑한다.
임홍재 이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롯데제과가 최근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베트남 매출 6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매출 목표는 800억원. 지난해 준공된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추가 제품 생산라인을 신설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또 베트남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현지 제과업계 2위 ‘비비카’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쟁사의 인사도 사외이사 후보로는 예외가 아니어서 흥미롭다.
GS리테일은 지난 3월 경쟁사인 이경상 신세계그룹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경상 이사는 2009년까지 이마트부문 대표이사를 지낸 대형마트 분야의 전문가로 이마트의 기업형슈퍼(SSM) 진출을 진두지휘한 인사다.
GS리테일이 최근 SSM, 편의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경상 이사를 영입한 것은 유통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이경상 대표의 전문지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GS리테일은 편의점 업계의 2위, SSM업계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독특한 경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는 사외이사도 적지 않다.
CJ오쇼핑은 지난 3월 고광헌 한겨레 고문(전 대표이사)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농심은 지난해 중견소설가인 김주성 문학 박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크라운제과도 김정락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특히 현대홈쇼핑은 이례적으로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영복 전 강남구청 부구청장과 김경규 동작구청 부구청장을 각각 선임했다.
회사 측은 “오랜 공직경험이 회사를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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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