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효성 SK케미칼 삼성물산등이 그 대상
[뉴스핌=홍승훈 기자] 제일모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3개 업종을 아우르는 전문성,복합성을 지년야 한다. 단순히 섬유만 패션만 생각해서는 제일모직 리포트를 쓸수가 없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소위 '하이브리드형(hybrid) 기업'에 맞춤형 옷을 제공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없다?
기업들이 빠르게 비즈니스모델을 변화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는 이같은 추세를 제대로 쫒아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컨버전스화, 하이브리드화 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과거의 틀에 맞춘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증시 투자자들의 니즈(수요)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기업들의 비즈니스 구조를 보면 진화의 정도가 비약적이다. 제약이 화학으로, 패션이 IT로, 섬유가 중공업과 무역으로 바뀌는 등 하이브리드형 기업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사업분야가 레드오션화 되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기업들이 신수종사업 등을 통한 생존전략 찾기에 주력한 결과다.
◆ 옷 바꿔입는 기업 트렌드, 갈수록 빨라진다
하이브리드형 기업 중 대표적인 예로 제일모직을 들 수 있다. 기업명에서 직감할 수 있듯 제일모직은 섬유 패션전문 업체였다. 하지만 어느새 화학, IT기업으로 변모해 있다. 지난 1/4분기 매출만 놓고 봐도 케미칼(화학)과 전자재료 분야가 1조원을 넘어 패션 등 기타분야(3949억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이익측면에선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SK케미칼도 다르지 않다. 기존 근간을 이루던 제약분야가 그린케미칼 중심의 화학으로 탈바꿈했다. SK케미칼의 그린케미칼 분야 매출은 74%에 육박한다. 라이프 사이언스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효성도 섬유와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금융업 등 비즈니스 폭을 크게 넓혔다. 분야별로 많게는 20%, 평균 매출 비중은 10% 안팎이다. 이 외에 삼성물산과 삼양사 등도 기존 주력사업에서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로 옷을 바꿔입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갈수록 이런 형태의 하이브리드형 복합기업이 늘어나고, 그 속도도 더 빠를 것"이라며 "금융 등 특화된 기업 말고는 상당수 기업들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추세"라고 전해왔다.
◆ 기업은 '뛰는데' 리서치는 '걷는다'
하지만 이렇게 대변신을 꾀하는 기업들 추세에 증권사 리서치는 구태의연한 대응책을 쓴다. 분석 툴이 여전히 기존 관행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SK케미칼의 경우 주로 제약담당 애널리스트가 커버한다. 때문에 제약 부문에 대해선 뛰어난 분석력을 보이지만 회사측이 포커스를 둔, 성장성이 예고되는 그린케미칼 분야는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양사의 경우도 최근 화학분야 이익이 늘어가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음식료 담당 애널들이 맡다보니 화학분야에 대해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A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역은 "지금은 매출과 이익 비중이 적지만 향후 2~3년내 성장성이 예고된 신사업 분야에 대해 투자자들은 가장 궁금해 한다"며 "하지만 기존 섹터애널들이 커버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하우스내 담당애널과 의견이 어긋날 경우 소신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B투자자문사 한 CEO도 "요즘은 애널리스트의 견해를 듣기는 하되 토론은 안하는 편"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기업 주가가 오르면 뒤따라가며 정당화시켜주는 작업을 할 뿐이고, 하이브리드형 기업의 경우 다각도의 분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같은 문제에 대해 스몰캡팀과 같은 복합기업 혹은 하이브리드팀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기자가 만나본 운용 자문사 주식운용 매니저들은 "기업은 글로벌환경에 적응해가며 다양화되는데 비해 증권사 리서치의 분석툴이나 전문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주팀, 스몰캡팀 등과 같이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애널들을 팀으로 묶어 복합기업을 심층적으로 공동분석하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하이브리드기업을 전문으로 분석하는 팀이 생겼을 때 기존 기업섹터 애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변화추세와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채워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 "하이브리드기업 특화 리서치섹터 절실"
증권사 리서치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지원부서의 역할을 하는 리서치센터에 비용부담을 주는 팀 신설 등을 하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때 그때 상황에 대응해가면서 천천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갈수록 무자르듯 잘라지는 회사가 없어지는 현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현 애널들로 때우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해왔다.
D증권사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도 "신사업이 커지고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가는 소위 '회색기업'에 대한 분석이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복합기업 전문 애널이 출현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적극 검토를 하고 있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증권사 리서치에서도 변화되는 기업 추세에 맞추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특정기업군에 대해 담당 애널리스트를 바꾸는 사례도 있고, 지주회사 전담 애널처럼 계열사의 다양한 사업구조를 분석하는 트렌드도 일부 정착됐다.
예컨대 타이어업종의 경우 과거엔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맡았지만 최근엔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맡는 추세다. 고무 및 타이어 원재료 가격 변화도 중요하지만 타이어 매출이 자동차 판매량 변화에 보다 민감해지니 변화된 사례다.
E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섹터에 대한 애널 배정은 시장 인식이나 수요산업, 매출비중에 따라 결정한다"며 "타이어분야도 이같은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한 주식투자자은 이렇게 답답함을 전해온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회색기업'으로 불리는 하이브리드형 기업들. 그들만의 애매한 기업 색깔로 인해, 또 이를 속시원히 분석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들로 인해 결국 손해보는 것은 누굴까요. 바로 투자자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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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