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맡지 않겠다" 손사레, 그렇다면?
[뉴스핌=이강혁 기자] '회장직 구인난'에 빠져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첫 회장단 회의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역할론'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14일 전경련과 주요그룹 등에 따르면 차기 전경련 회장은 사실상 내부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들 '맡지 않겠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으로서도 답답하다. 정부와의 현안 조율에 대표성이 중요하지만 조석래 회장(효성그룹)의 지난 7월 사임 의사 이후 사실상 공석이나 마찬가지인 회장직 때문에 대외적인 역할에 힘을 받기 어렵다.
굵직한 현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려면 차기 회장직은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적임자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맡겠다는 총수도 없다.
지난 13일 저녁 열린 올해 첫 회장단 회의 직후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차기 회장에 대해 의견을 타진 중"이라며 "추대위원회를 만들어서 다음 달 총회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대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태다.
단적으로, 첫 회장단 회의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그룹 회장은 모두 불참했다.
이들 대부분이 차기 전경련 회장의 유력 후보였지만 그동안 한결같이 "맡을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또,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추대를 받기도 전에 미리 "맡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까지 표명했다.
박 회장은 회장단 회의 시작 이전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지금은 그룹 경영에 전념할 때로 설령 제의나 추대가 들어온다 할지라도 '맡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그동안 마땅한 후보자가 없을 때는 연장자 중에서 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건희, 정몽구, 박용현 등 연장자인자 추대 후보자인 회장들 대부분이 선을 그으면서 외부 영입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상황이 이러자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을 대변해야할 전경련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때 회장사였던 C사 관계자는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으로 자리하지 못하면서 차기 회장도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재계에서도 영향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 차원에서 투자나 고용, 상생, 신성장 등 정부와 풀어야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마련에 나서야할 전경련이 제대로된 기능을 하겠냐는 것이다.
S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고, H그룹 관계자는 "도대체 전경련의 존재감이 무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전경련 내부에서마저 거부 의사가 속출하는 현실을 두고 '차라리 전경련을 기존 방식과 다른 형태의 재계 단체로 다시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대기업 위주의 전경련 운영에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라면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서 시작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기업 오너들의 모임이라는 성격에서 벗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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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