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에서 20일 중국산 개방형 AI 접근 허용을 두고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가가 논쟁을 벌였다.
- 오픈AI·앤스로픽 등은 중국산 초저렴 개방형 AI가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규제를 주장했다.
- 반면 일부 전문가와 백악관 자문은 이를 규제 포획 시도로 비판하며, 가성비 높은 개방형 AI 확산은 막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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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가가 수십억 달러가 걸린 이 질문 하나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AI 모델의 선두주자인 오픈AI와 앤스로픽(Anthropic)의 경영진들은 중국산 저가 개방형 AI 모델의 부상을 놓고 연신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안보 리스크를 야기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에서 AI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르기까지 경고의 데시벨은 높아졌다. 물론 상장을 준비 중인 이들의 주장 속에는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 또한 다분하다.

중국은 최근 잇따라 신형 AI 모델을 선보였다. 문샷AI의 '키미 K3', 알리바바의 '큐원(Qwen) 3.8 맥스'가 대표적이다. 개방형(오픈소스) AI를 표방하는 이들은 폐쇄형 중심의 미국 AI 지형에, 나아가 글로벌 AI 패권 구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변수로 꼽힌다. 키미 K3의 경우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에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국산 개방형 모델은 사용자가 파라미터를 내려받아 자사 데이터와 특정 업무에 맞춰 자유롭게 튜닝할 수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이들 모델의 사용을 계속 허용할지, 아니면 제한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서 일하다가 오픈AI의 미래전략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딘 볼(Dean Ball)은 지난 17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개방형 모델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가능성이 높은 귀결은 '완전한 AI 공산주의'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는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AI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공공 인프라'로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가 되는 것"이라고 썼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두고 볼 책임자는 "디스토피아적 지옥"이라 규정하면서 "결국 트럼프 행정부도 오픈소스형 모델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뒤이어 올린 글에서는 "중국 AI를 위축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살짝 발을 뺐다.

볼 책임자의 우려 지점은 사실 '중국산 초저렴 AI가 생태계 전반의 물을 흐린다'는 데 맞춰져 있다. 최상위 AI 기업들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막대한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거의 공짜에 가까운 AI 시스템이 널리 쓰일 경우 이 비용을 회수할 방법은 막막해진다. 회사(오픈AI)는 볼 책임자의 발언이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앤스로픽 역시 개방형 AI를 잔뜩 경계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고성능 개방형 AI의 출현이 불러올 위험을 그간 거듭 설파했는데, 블룸버그와 최근 인터뷰에서는 "고도의 사이버보안 능력을 갖춘 AI 모델이 무료로 배포될 경우 그 잠재 피해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산 AI 모델은 미국산보다 많이 저렴하다. 높은 가성비 덕에 미국 기업들의 사용 또한 크게 늘었는데,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앤스로픽과 오픈AI와 같은 선두주자들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개방형 AI 모델의 개발은 미국 내에서도 한창이다.
오픈AI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던 미라 무라티가 이끄는 싱킹머신스 랩(Thinking Machines Lab)은 지난 15일 첫 개방형 모델을 선보였다. 엔비디아(NVDA)의 '네모트론 3 울트라'도 서서히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후원하는 개방형 AI 모델 개발사 리플렉션 AI도 연내 첫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리플렉션 AI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앤스로픽과 오픈AI가 계속 압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믿음은, 그간 이어져 온 이들 회사의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하는 토대였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에서 속속 등장하는 개방형 AI 모델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계속 시장을 잠식할 경우 이러한 전제는 흔들린다.

한편 백악관의 AI 자문인 데이비드 색스는 오픈AI의 딘 볼 책임자의 글에 대해 "규제 포획 전략에 대한 자백으로 읽었다"고 꼬집었다. 색스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앤스로픽 등이 주장해 온 AI 규제 필요성을, 경쟁자를 옥죄려는 시도로 간주해 왔다. 색스는 지난 19일 X에 올린 글에서 "규제 불확실성을 경쟁 도구로 무기화하는 행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적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안보에 중점을 두고 이 사안을 바라봤던 인사들은 중국의 개방형 AI의 잠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조치를 검토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AI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 중국 AI 기업에 대한 사이버안보 경고 발령, 개방형 모델을 직접 겨냥하는 행정명령 발동 등을 두루 검토했다. 다만 행정부 내 이견으로 아직 구체적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내부 대립 때문에 '최첨단 사양의 AI 모델을 출시하기 30일 전에 미리 정부의 검토를 받도록 한(정부에 사전 접근권을 제공하도록 한) 최근의 행정명령도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WSJ는 개방형 AI 모델을 둘러싼 일련의 논쟁은 AI 비용을 줄이려는 일반 기업들과 기술 악용을 막고 싶어하는 당국자 모두에게 숙제를 안겼다고 평했다.
비영리단체인 시드AI(SeedAI)의 오스틴 카슨 대표는 "AI는 점점 더 권력과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으며, 군민(軍民) 이중용도(dual‑use)의 우려도 실제 존재한다"며 "다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가성비 높은 AI 모델을 스스로 통제하며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방형 모델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배제 전략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