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미·이란의 지정학적 갈등과 올해 상승세를 주도해 온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조정이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로 번졌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6.55포인트(0.77%) 내린 5만2146.42를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6.08포인트(1.01%) 하락한 7457.6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61.70포인트(1.40%) 내린 2만5520.24로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주간 기준으로도 하락했다. 이번 주 다우지수는 0.93% 내렸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55%, 2.90% 하락했다.
반도체주는 이날도 매도세를 주도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날도 1.63% 급락하면서 지난달 22일 기록한 고점 이후 낙폭을 20.2%로 늘려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 지수는 7월 기준으로도 10% 내려 지난해 4월 이후 최악의 한 달을 기록했다. 다만 SOX는 연초 이후로는 약 64% 오른 상태로, 같은 기간 8.94% 오른 S&P500지수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21% 하락했으며 AMD는 1.03% 밀렸다. 샌디스크는 3.99%, 인텔은 2.00% 내렸다. 다만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은 1.13%, 마벨 테크놀로지는 0.20% 각각 상승 마감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이 기술적 돌파구를 이뤘다는 소식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열기를 꺾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일부 AI 투자자들은 거의 1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지출 붐이 둔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포지션을 조정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노출도를 줄이고 있다.
반도체 매도세가 짙어지면서 불안이 확산하자 변동성도 확대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2.19% 급등한 18.77을 가리켰다.
하지만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반도체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AI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워낙 멀리까지 앞서 나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보급선을 너무 앞질러 나간 군대가 후퇴해 펀더멘털이 따라잡을 시간을 줘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애플을 제외한 매그니피센트7 종목 전부가 하락했는데, 메타플랫폼스와 알파벳이 각각 2.79%, 2.17% 내리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날도 5.49% 밀려 나스닥100 진입 이후 23%의 낙폭을 기록했다.
지정학적 긴장도 증시 전반을 휩쓸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고 있고 이란 역시 중동 내 미군 자산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가는 급등했는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배럴당 3.54달러(4.48%) 오른 82.49달러, 브렌트유 9월물은 3.87달러(4.59%) 뛴 88.10달러를 기록했다.
S&P500 업종 중에서는 커뮤니케이션서비스와 기술업종이 각각 1.11%, 2.38% 밀렸으며 에너지업종만 유일하게 1.16%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AI 반도체 약세를 두고 건전한 조정인지, 거품이 꺼지는 신호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트레이드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애널리스트는 실적과 수요 흐름은 여전히 강하지만 최근의 차익실현은 일부 투자자들이 현재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관건은 이번이 또 한 번의 '저가 매수' 기회가 될지, 아니면 모두가 동시에 출구로 몰리며 매도 속도가 가속화할지"라고 말했다.
에드워드존스의 앤절로 코우르카파스 전략가는 "AI 테마는 무너지는 게 아니라 성숙해가는 과정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혁신적 투자 사이클이 진화하는 건강한 과정의 일부"라며 "투자자들은 AI 테마에 대한 노출은 유지하되, 경기순환 업종과 가치주, 해외 주식 등 더 다변화된 수익원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씨티그룹의 베아타 만테이 전략가는 시장이 기술 업종을 넘어 확산하려면 급격한 종목 순환매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약세는 시장 붕괴가 아니라 업종 간 이동을 반영한다고 봤다. 만테이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 "시장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확산에 대한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며 "그러려면 순환매가 있어야 하고, 순환매는 때로 상당히 격렬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반인 2분기 실적 시즌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LSEG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49곳이 실적을 발표했고 이 중 90%가 예상을 웃돌았다.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연간 순이익 성장률을 26.0%로 보고 있는데, 이는 지난 4월 1일 기준 전망치 19.2%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넷플릭스가 예상보다 약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7.26% 급락했다. 우버테크놀로지스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를 약 150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2.11% 내렸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주가는 다빈치 수술 건수 성장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험 정책 변화로 환자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14.15% 급락했다.
경제 지표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7월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으나, 6월 단독주택 착공과 건축 허가는 줄었고 같은 달 산업생산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 달러화는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04% 내린 100.73을 가리켰고 유로/달러 환율은 0.03% 오른 1.1442달러를 나타냈다.
미 국채수익률은 장단기별로 혼조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1.6bp(1bp=0.01%p) 내린 4.553%를 가리켰지만 2년물은 2.7bp 상승한 4.183%를 기록했다.
금값은 완만히 상승했지만 주간 기준으로 하락했다. 금 선물 8월물은 전장보다 온스당 0.7% 오른 4018.8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이날 장중 지난달 3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이번 주 2% 넘게 내렸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