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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80일] ① 분쟁의 뉴노멀 속 밀려드는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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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과 미국이 80일째 호르무즈 등 해상 병목을 둘러싼 ‘바닷길 전쟁’을 벌이며 세계 에너지와 물류를 흔들고 있다.
  • 값싼 드론·기뢰·소형정으로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는 전술이 유가·운임·보험료와 식량·생필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 중동 원유·헬륨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반도체 공장까지 멈출 수 있는 구조라 공급망 다변화와 해상 수송로 안전 확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서둘러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호르무즈 해협에 뿌려진 20%의 병목
전 세계 식탁과 공장에 지정학적 비용
중동 리스크 상수 생존 전략 다시 써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란과 미국이 다시 총구를 겨눈 지 80일. 전장은 중동인데, 고통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라는 좁은 해협에서 울린 총성에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사실 이란 전쟁은 미사일과 드론만의 싸움이 아니다. 해상의 전략적 통로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바닷길 싸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누가 해상 항로의 병목(critical maritime choke point)을 쥐고 흔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 20%의 병목, 세계 경제의 수도꼭지가 잠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란은 이곳을 정면으로 막지는 않는다. 대신, 드론을 날리고, 소형 고속정을 보내고, 기뢰를 뿌려 '사실상 봉쇄'에 가깝게 만든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미국과 이란 간 대치를 "이제 더 이상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라, 정치적 인내와 협상 지렛대의 싸움"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해상에서의 압박과 국내 정치적 제약, 나아가 강대국 간 경쟁이 얽힌 대결"이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포탄만 날아다니는 전쟁이 아니라 정치·경제·해협 레버리지가 한꺼번에 맞물린 싸움이라는 뜻이다.

CSIS는 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흐름을 교란하려 했다"고 진단한다. 전세계 원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 좁은 해협을 지나지만 쉽게 우회할 수 없다. 우회로가 없으니, 작은 위협에도 유가와 운임이 크게 들썩인다.

실제 이란의 노림수 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 통행량은 급감했다. 하루 130척 오가던 선박이 한 자리 수까지 떨어졌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상업 운송은 갈수록 이란의 조건에 좌우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AI일러스트=박정우 기자]

◆ '가성비' 무기의 역설… 전 세계가 받는 청구서

이란이 쓰는 전술은 교과서처럼 단순하다. 드론, 해상 기뢰, 소형 고속정. CSIS는 이란이 가진 '전술 도구 세트(tool kit)'를 드론, 해상 기뢰, 소형 고속정으로 요약한다. 물론 이 값싼 무기들로 세계 최강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 다만 미 해군의 상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위험과 불확실성을 부과하는 수준은 충분하다.

정공법으로는 미국에 맞설 수 없는 이란으로선, 전쟁을 꼭 이겨야 할 이유도 없다. 상대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비용을 계속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이 된다. 이미 선박 보험료는 뛰고, 일부 선사는 아예 희망봉을 돌아간다.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물류비용이 올라간다. 값싼 드론 몇 기로, 전 세계를 상대로 '운송비 청구서'를 다시 쓴 셈이다.

결국 이란발 해상 물류비 상승은 시차를 두고 각 가정의 생필품 가격표를 바꿔 놓는다. 중동 해협에 뿌려진 값싼 기뢰 하나가 지구 반대편 서민들이 마트에서 집어 드는 생필품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도미노처럼 닫히는 바닷길, '지정학적 동맥경화'의 확산

문제는 호르무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홍해–수에즈, 말라카 해협, 흑해,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좁고 가장 중요한 해상 길목들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일찌감치 "홍해, 흑해, 파나마 운하의 핵심 해운로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물가와 식량·에너지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조직, 예멘 후티 반군은 2023년 이후 홍해와 아덴만에서 상선을 상대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0척이 넘는 선박이 공격·나포됐고, 한국을 포함한 유럽 선사들까지 홍해 운항을 잇따라 접었다. 그 여파로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통과량은 정점 대비 30∼40%나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래를 피해 선박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홍해 위기가 중동 분쟁의 핵심 화약고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경제적 충격이 바다의 병목에서 터져나온다는 얘기다. 홍해는 이미 세계 교역의 '약한 고리'로 읽힌다.

보이는 길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호르무즈와 홍해 해저에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량을 처리하는 광케이블이 지나간다. 물리적 봉쇄를 넘어 이 해저 네트워크가 물리적 타격이나 도청의 타깃이 될 경우, 물류 정체를 넘어 글로벌 금융망과 디지털 경제 자체가 '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말라카 해협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세계 교역의 약 3분의 1과 세계 해상 석유의 4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다. 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핵심 해상 길목인 말라카 해협에 걸쳐 있는 국가는 세계경제에 이례적인 지렛대(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라카를 쥔 국가는 세계 경제의 '수도꼭지'를 손에 쥔 셈이다.

아시아해적퇴치협정(ReCAAP)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에서 발생한 해적·해상 무장강도 사건 132건 가운데 108건이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에서 일어났다. 19년 만의 최고치다. 아직 국가 간 전쟁은 아니지만, 값싼 소형선과 무장을 통한 '일상적인 교란'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기지인 흑해 항구도 봉쇄와 점령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도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들은 봉쇄되거나 점령돼, 식량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UNCTAD는 "흑해 항구를 여는 것이 지금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호소한다. 우크라이나 곡창에서 수확한 곡물을 실은 배 한 척, 한 척의 출항이 아프리카와 중동의 식탁을 지탱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에너지, 식량은 물론 제조 물류를 잇는 국제 해상 길목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질이 되고 있다. 

[AI일러스트=박정우 기자]

◆ 규범 대신 레버리지, '네트워크 무기화'의 시대

호르무즈, 홍해–수에즈, 말라카, 흑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로 다른 분쟁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같다. 해상 병목을 쥔 쪽이 물류와 곡물, 에너지, 심지어 데이터 흐름까지 흔들면서, 길 하나가 곧 '지렛대'가 되는 시대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력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전후 국제 규범은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을 거치며 계속 시험대에 올랐다. 말은 규범이지만, 현장에서는 힘과 레버리지가 우선한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핵심 경제 노드에 대한 정치적 권한을 가진 국가는 정보를 수집하거나 경제·정보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호르무즈·말라카·홍해 같은 해상 길목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 호르무즈가 막히면 반도체 공장도 멈춘다

한국은 이 구조 변화의 '시험장'에 서 있다. CSI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번 이란 전쟁으로 "비전투국 가운데 한국만큼 큰 타격을 입은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도 60% 이상을 카타르에서 들여온다. 해협 하나가 막히면, 반도체 공장 라인까지 멈출 수 있는 구조다.

곧 회복되긴 했지만 이란전쟁 직후 원화 가치는 한 때 17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쟁터는 중동인데, 충격파는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크게 울렸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기업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일부 대형 제조·해운 기업은 이미 항로 다변화, 재고 확충, 장기 운임 계약, 보험 확대에 나섰다. 여기다 중동·유럽행 물량 일부를 다른 루트로 돌리고, 물류 허브를 분산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조정은 전부 비용이다. 재고를 늘리면 자금이 묶이고, 안전한 항로를 택하면 운송비가 올라간다. 당장 실적에는 부담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IMF는 공급망 다변화로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달리 말하면, '싸게, 한 곳에서만' 조달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비용까지 감수할지, 어디까지 리스크를 분산할지가 새 숙제가 됐다. 

[AI일러스트=박정우 기자]

◆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상수

세계경제포럼, 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 주요 싱크탱크는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은 더 이상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오래 가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란전쟁 80일'은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좁은 해협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이, 전 세계의 운임표와 물가, 투자계획까지 동시에 흔들었다.

한국에게 이 전쟁은 더 이상 '남의 집 불'이 아니다. 정부도, 기업도, 이제는 '위기를 피할 수 있느냐'를 묻는 대신
'이런 위기를 상수로 깔고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묻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정학은 더 이상 뉴스 속 단어가 아니다. 한국인의 주유소, 장바구니, 주식계좌 속 숫자를 직접 바꾸는 생활 변수가 됐다.

이제 정부는 단순히 유가 보조금을 푸는 단기 처방을 넘어, 핵심 자원 비축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해상 수송로 안전을 위한 '민·관·군 합동 호송 역량'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특정 해협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다변화 외교'를 국가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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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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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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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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