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아동학대 무고 신고등 교사 손발 묶여
"정당한 교육 활동 보장하는 균형적 규범 필요"
학교 자율성과 튼튼한 법적 안전망...공교육 재건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외할머니의 교단을 보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 경남 진주의 중학교 수학 교사가 돼 교단에 서며 학생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 배움의 출발점이라고 느꼈고 학생 마음을 여는 상담과 교육을 함께 고민해 왔다.
강 회장은 최근 뉴스핌TV 스튜디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옆 반 보통 교사'라고 소개하며 정서적 아동학대 무고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행정·돌봄·복지 업무를 학교 밖 전문기관으로 이관하고 학교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등 재구조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외할머니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어린 시절 운동회 때 외할머니가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시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운동회는 마을 잔치처럼 크게 열렸는데, 그 모습을 보며 선생님이라는 꿈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한국교총 최초의 30대이자 최연소 회장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2024년 6월 20일 전 회원 직선제로 선출됐다. 당선된 날 사진을 보면 표정이 매우 어둡다. 기쁨보다 책임감과 무게감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 교원단체의 수장이 됐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어려운 학교 현실을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섰다. 78년 역사 속에서 30대 회장이 당선된 것은 교총과 교직 사회가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 이대로는 어렵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지금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손발이 묶인 채 헤엄쳐야 하는 상황이다. 법과 제도가 교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정비되는 것이 시급하다.
-스스로를 '옆 반 보통 교사'라고 소개했다.
▲선생님들이 평소 고민을 나누고 가장 많이 소통하는 대상은 옆 반 선생님이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선생님들을 대변하겠다는 뜻이다. 현장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과 고민을 안고 있는지 늘 염두에 두고 회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잘못된 길로 가면 바른길로 이끌고 싶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 구조가 전면적으로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정당한 생활지도가 정서적 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그중에서도 '정서적 아동학대'가 가장 큰 문제다. 해석 여지가 너무 넓다. 수업을 방해하고 행인에게 돌을 던지는 학생을 훈육했더니 학부모가 "아이 엉덩이에 땀띠가 생기고 밤에 소변을 본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 결국 무혐의가 나왔지만 학부모는 재심을 청구했다. 존경하던 한 교장 선생님의 사례도 있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들어주지 않자 갈등이 커졌고,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지도하자 학부모가 "퇴직하시겠습니까, 아동학대 신고당하시겠습니까"라며 압박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명예퇴직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아동학대 신고의 95% 이상이 무혐의로 끝나고 기소율은 5%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은 6개월에서 1년씩 걸린다. 그 기간 교사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아이들의 학습권도 지킬 수 있다.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가 사제지간을 대립 관계로 만든다는 우려도 있다.
▲용어가 자극적이라는 우려는 이해한다. 다만 이 제도는 갈등을 키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교육적 장치가 작동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현장에서 교사는 사실상 감정노동자처럼 취급받고 있고, 일부 학부모가 협박과 괴롭힘의 수단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도 교육감이 고발 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반복 민원으로 학교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교육감이 책임 있게 나서고, 교육청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교권 관련 핵심 입법 과제는.
▲한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범정부 차원의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는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 교원 설문조사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 시선이 여전히 큰 벽이다. 그럼에도 신고에 나선다는 것은 교사가 큰 결심을 했다는 의미다. 폭행이나 성범죄 같은 사안은 당연히 학생부에 기록돼야 한다. 학생 간 폭력은 학생부에 적으면서 교사를 향한 폭력은 기록하지 않는 것은 상식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
▲학생 인권과 교권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교사 83%가 그렇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있다. 국민 교육 여론조사에서도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꼽힌다. 학생 인권은 매우 소중한 가치다. 다만 현재 조례는 권리 조항은 상세한 반면 책임 조항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멈춰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의 조례는 이 균형을 충분히 담지 못한 채 일부 현장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임기 동안 꼭 해내고 싶은 목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자율성이다. K-컬처가 성공할 수 있었던 토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던 것처럼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 이후 오히려 교육청이 더 많은 권한을 쥐고 학교를 옥죄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것 중 하나가 '목적 사업비'다. 원하지 않는 사업 예산을 내려받아 반드시 소진해야 하는 구조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예산은 학교에 통으로 내려보내고, 각 학교가 여건과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과 수업 변화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지시자가 아니라 지원자가 돼야 한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