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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2인 가구는 평생 들러리…시대 역행하는 청약 가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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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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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구 아크로 드서초 청약에서 대가족 84점 만점자 당첨됐다.
  • 오티에르 반포도 44㎡형 79점 최고가점으로 대가족 독식했다.
  • 가점제 부양가족 위주 설계와 위장전입 문제로 1·2인 가구 소외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요즘 동료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다. 역대급 흥행 성적을 쓴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 청약 만점자들의 사연 때문이다.

건설중기부 정영희 기자

당첨만 되면 최소 17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된다는 이 단지 전용 59㎡ C타입 당첨자 2명의 가점이 모두 84점 만점으로 확인됐다. 청약 가점 84점을 꽉 채우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이 6명 이상(35점)을 넘어야 한다.

사실상 7인 이상의 대가족이 15년 넘게 전세나 월세로 살아야 달성 가능한 점수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2년 동안 꼼짝없이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지만, 향후 가치를 위해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아무리 새 집이라 잘 빠졌다 해도 일곱 명 살기엔 30평 안 되는 집은 너무 좁지 않냐"며 우려하기도, 또 다른 이는 "위장청약일 수 있으니 조사해봐야 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 대비 20억원 이상 저렴한 분양가가 책정돼 화제를 모은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당첨 결과도 비슷했다. 이 단지 최고 가점은 전용 44㎡형에서 나온 79점이었다. 6인 가구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이다. 이 평형의 최저 당첨 가점 역시 5인 가구 기준 만점인 74점으로 집계됐다. 방 2개, 욕실 1개 구조로 5~6명은커녕 4명이 살기에도 숨이 막히는 좁은 집에 대가족이 앞다퉈 청약통장을 던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인 가구는 물론이고 신혼부부가 대부분인 2인 가구에게 서울 알짜 입지의 청약 당첨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구조적으로 당첨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1인 가구는 2020년 900만가구에서 4년 만에 1012만가구로 늘어 처음으로 1000만가구를 돌파했다. 반대로 4인 이상 가구는 461만가구에서 394만가구로 급감했다. 1~2인 가구 형태가 대세로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청약 제도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점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받은 민영주택 당첨자를 살펴본 결과, 사실상 부양가족 수가 청약 당락을 가르는 '치트키'로 작용하고 있었다. 당첨 최고점의 경우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 기간 항목은 각각 30~31점, 15~16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했지만 부양가족 수 점수는 22~24점에 그쳤다. 부양가족 수 항목에서 만점(35점)을 채우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의미다.

가점제는 2007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이 가점제가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인 40대 이상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1~2인 가구가 가점제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부양가족에 직계존속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맹점이다. 직계존속을 실제로 모시지 않고 주민등록만 슬쩍 이전해 둬도 자녀와 동일한 가점이 되니 편법으로의 달콤한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민등록 이전을 통한 직계존속 부양 위장이나 거주지가 아닌 곳으로의 전입신고 등 부적격 사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상반기 주택청약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부정청약 의심 사례 252건 중 위장전입이 245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부모와 단독주택에 살면서 무주택 세대주 자격을 얻겠다고 인근 창고 건물로 주소만 허위로 옮겨 분양 주택에 당첨된 오누이가 있는가 하면, 청약 가점을 높이려 부모를 위장 전입시킨 황당한 사례가 있었다.

올 초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또한 부정청약 문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낙마한 바 있다. 국토부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부정청약을 솎아내기 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의 주소를 옮겨놓는 방식의 위장전입이 판을 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 가구 형태의 분포에 따른 근본적인 새 청약 제도 마련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주거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만큼 정책도 이 속도를 따라 국민 정서에 발맞춰 발전해야 한다. 단순히 머릿수만 세는 셈법은 거두고, 2인 가구 이상의 실질적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혼인이나 자녀 출산 여부 등 삶의 형태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위장청약을 막겠다고 주소지 근처 약국과 병원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뒤져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노부모를 부양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공급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그래야만 17평짜리 집을 통해 인생 역전을 노려보려는 대가족의 힘겨운 사투를 그린 촌극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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