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는 소비자보호위 신설·이사회 재편…지배구조 강화
상법 개정·주주행동주의 확산…주주환원·거버넌스 개선 병행 과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카드·보험 등 2금융권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업권 전반에서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이슈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며 '주주환원 경쟁'에 나선 반면 카드사는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과 이사회 재편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며 초점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KDB생명(30일), 라이나생명(31일)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난주 주총을 마쳤다.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가운데 BC카드(30일)를 제외하고도 주총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 보험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자사주 소각'이다. 상법 개정 논의와 주주환원 압박이 맞물리면서 일부 보험사들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에셋생명과 DB손해보험 등은 보유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소각하거나 소각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 기대에 대응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모든 보험사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일부 대형사는 자사주 소각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자본 감소로 직결되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자본 건전성과 규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속도 조절' 전략으로 해석된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 역시 배당과 자사주 소각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사회 구성과 보수 체계 등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졌다. DB손해보험 주총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등 주주제안이 현실화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는 보험업계에서도 이사회 견제 기능이 강화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반면 카드업계는 주주환원보다는 '지배구조 강화'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고금리 환경과 연체율 상승,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자 외형 확대보다 내부통제와 경영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 주요 카드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하나카드는 신한카드 대표를 지낸 임영진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현대카드는 삼성전자 글로벌최고마케팅책임자(CMO) 출신 심수옥 성균관대 교수와 회계 전문가 유용근 고려대 교수를 선임했다. KB국민카드 역시 김기현 신정회계법인 이사를 사외이사로 내세우는 등 금융·경영·회계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 전략 수립과 감시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비자보호 기능 역시 '실무 조직'에서 '이사회 차원'으로 격상되는 흐름이다. 신한카드는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고, 우리카드도 정관 변경을 통해 위원회 설치 기반을 마련했다. 해당 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관련 주요 정책과 전략을 이사회 차원에서 직접 심의·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실무 조직 중심 체계를 이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려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다만 아직 일부 카드사에 국한된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역시 CEO 직속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조직을 확대하거나 위상을 격상하는 흐름이다.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화재는 '소비자정책팀' 산하에 '소비자권익보호파트'를 신설했고, 삼성생명은 소비자보호팀을 '소비자보호실'로 격상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직급을 상향하는 등 조직 정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 규제 강화와 상법 개정 논의,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 외부 압박이 이어지면서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주주가치·재무건전성·소비자 신뢰의 균형이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 규제 부담을 고려할 때 회사별로 주주환원 속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며 "회사별로 자본 건전성과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올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과 이사회 재편 등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 정비를 넘어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영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