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폭등 속 특가 운영 선택…여객수요 방어 총력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수익성 방어와 수요 유지라는 과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유류비 부담이 커지자 항공사들은 노선 공급을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나섰다. 동시에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을 병행하는 등 속도 조절에 돌입한 모습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수요 위축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재무 여력이 제한적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여행 수요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우선 '공급 조절'을 통해 손실 최소화에 나섰다. 유류비 비중이 높은 장거리 노선과 일부 저수익 지방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잇따라 노선 조정에 착수했다. 에어로케이는 청주~이바라키·나리타·울란바토르·클락 등 일부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에어부산 역시 다음달 부터 부산~다낭·세부·괌 노선을 비운항한다. 진에어도 다음 달 인천~괌·클라크·나짱, 부산~세부 등 일부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프레미아 또한 일부 장거리 노선 운항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노선 조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편을 무리하게 유지하며 적자를 감수하기보다는 기재 가동 효율을 높여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항공사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셧다운(운항 중단)을 하고 싶을 정도로 비용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결국 주요 항공사들의 '비상경영'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LCC 업계 2위권인 티웨이항공이 가장 먼저 비상체제 가동을 공지한 데 이어, 대형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5일부터 전사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중동 분쟁으로 항공유 가격과 달러·원 환율이 동반 상승한 데 따른 조치다.
항공사의 수익성을 가르는 유류비 부담은 이미 큰 폭으로 확대됐다. 4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값은 갤런당 326.71달러로 전월 대비 60% 가까이 폭등했다. 이에 항공사들은 내달 국제서 유류할증료를 이달 대비 최대 3배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항공사는 리스료와 정비비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은 유가 폭등과 맞물려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업계에서는 전쟁과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항공사들로도 비상경영 기류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주목할 점은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면서도 운임 전략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4월 유류할증료 인상이 확실시된 상황에서도 항공사들은 이를 항공권 총액에 전가하기보다 프로모션을 통해 인상 폭을 상쇄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부산발 중화권 노선 할인 프로모션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출발 임박 특가를 운영하며 가격 저항선을 관리 중이다. 나머지 LCC들도 비수기 수요 확보를 위해 유류할증료 인상 시점에 맞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요 방어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권 가격이 급등할 경우 예약 취소나 수요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부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전체 수요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급은 조이면서도, 총 운임 수준은 관리하며 점유율을 지켜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며 "단기적인 영업이익 보전보다 예약 취소를 방지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응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