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하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으나, 유럽 정상들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유럽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군사적으로 협력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미국의 선택으로 시작된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강한 거부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에 나서지 않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유럽 당국자들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가 시작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일이 외교적 해결책을 원하고 있으며 "지역에 더 많은 군함을 보내는 것은 외교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 역시 자국 해군이 동지중해에 머물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이란과의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타머 총리는 "나의 리더십은 어떤 압박 속에서도 영국의 이익을 위해 굳건히 서는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동맹, 유럽 파트너국들과 협력은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폴란드 역시 이란과의 갈등에 자국군을 보내는 것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우리'가 아닌 '그들' 또는 '유럽'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나토 내에서 이러한 파병 논의를 위한 공식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유럽 정상들이 이토록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학습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현재 유럽은 유가 급등 등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이란과의 전면전에 휘말려 군사적 손실을 입을 위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한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분노케 한 것도 유럽국들이 선뜻 지원에 나서지 않는 배경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동 전쟁에 협력하는 것이 자신들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WSJ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일본 사세보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최신형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USS Tripoli)을 비롯한 함정들이 약 2,500명 규모의 해병대 병력을 태우고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일본에 전진 배치됐던 핵심 군사 자산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군사적 지원까지 결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