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핵심 축은 경제·통상이다. 특히 시선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 달러(약 82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전환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이 거액의 숫자는 단순한 투자 약속이 아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통상 압박을 막아내기 위해 받아든 '청구서'이자, 일본 기업의 실익을 담보 받아야 하는 '계약서'이기 때문이다.
이미 양국은 대미 투자 1차 사업으로 총 36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 화력발전소 및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 등을 선정하며 신호탄을 쐈다.
이번 회담에서는 2차 사업 후보인 미국 내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구리 제련 시설 등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핵심 인프라 사업이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 패키지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투자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는 경제 정책의 성과로 활용하기 좋은 카드다.
일본에게도 미국 시장 접근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국 리스크 확대 속에서 공급망과 산업 거점을 재조정하는 '디리스킹' 전략의 포석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5500억 달러는 단순한 투자 약속이라기보다 안보·에너지·공급망이 결합된 경제안보 패키지의 성격이 짙다.
◆ 5500억달러 '청구서'로 남을지 '계약서'가 될지
문제는 이 대규모 투자가 청구서로 남을지, 계약서가 될 것 인지라는 점이다.
트럼프식 통상 정책은 투자 유치와 별개로 관세 카드를 병행하는 특징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진정한 목적은 거액의 투자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에 '특례'를 받아내는 것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보편적 기본 관세'와 자동차·철강 분야의 고율 관세 압박은 일본 경제에 치명적이다. 일본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만큼, 일본 기업들은 관세 및 규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5500억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통상 압박이라는 냉혹한 청구서를 막아내기 위한 일종의 담보인 셈이다.
특히 원전 프로젝트는 양국 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일본의 정밀 설비·엔지니어링 역량과 미국의 프로젝트 주도권이 결합하는 형태는 양국을 '에너지 운명 공동체'로 묶는 강력한 고리가 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양국의 공통된 계산이 깔린 전략적 계약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5500억 달러라는 약속이 일본 기업의 실익을 보장받는 계약서로 바뀔지를 결정짓는 장이 될 것이다. 거액의 청구서를 받아 든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