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교역 60% 이상 GCC 집중…한국 경제 의존 구조 노출
원유·LNG 이어 헬륨·납사·시멘트까지 산업 원자재 공급망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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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한국 경제의 '걸프 국가 의존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의 중동 교역과 해외 건설 협력이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산유국에 집중돼 있어서다.
중동 전선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과 수출, 해외 건설 등 주요 산업 전반에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원유·LNG 이어 산업 원자재까지 공급망 차질 가능성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GCC 산유국으로의 중동 전선 확대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GCC 국가의 에너지 시설과 항만 등을 공격하면서 역내 에너지 생산과 수출 활동이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해상 운송 위험이 높아져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이 사실상 멈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다. 하루 약 1500만배럴의 원유와 LNG 운반선이 이 해협을 통과하지만, 전쟁 이후 선박이 거의 오가지 않고 있다. 유조선과 LNG 운반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걸프 산유국들의 에너지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중동 수출 가운데 63%, 수입의 77.9%, 해외 건설 수주의 69.1%가 GCC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중동 분쟁이 GCC로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는 에너지, 교역,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분야의 충격이 가장 직접적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58.7%, 천연가스 수입의 17.7%를 GCC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산 원유와 LNG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와 UAE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물량을 우회 수출할 수 있지만, 수송 능력이 전체 수출량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원자재 공급망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석고 74.1%, ▲헬륨 68.2%, ▲트리에탄올아민 58.1%, ▲납사 48.4%, ▲백색 시멘트 41.0%를 GCC에서 수입한다. 이들 품목은 건설·석유화학·반도체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료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자동차·석유제품 수출 타격…해외건설 수주도 불확실
수출과 건설 분야 역시 충격이 예상된다. GCC는 한국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중동 지역의 경기 위축과 물류 차질이 겹치면 한국 기업의 현지 판매와 교역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
건설 분야도 변수다. 사우디와 UAE 등 걸프 국가들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쟁으로 자재와 노동력 수급이 불안해지면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GCC는 한국 해외건설 수주의 약 17.4%를 차지하고 있어, 중동 건설 경기 둔화는 국내 건설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 구조와 물류 경로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도 요구된다. 우선 원유와 LNG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비축유 활용 계획을 점검하는 등 에너지 안보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은 약 200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 분쟁에 대비한 추가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GCC 산유국으로부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주요 수입처를 중심으로 대체 공급망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 기업을 위한 금융·보험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해상 운송 위험이 커지면 물류 비용 상승과 거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걸프 지역의 안보 불안이 심화될 경우 방산 산업과 담수화, 에너지 인프라 등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란과 서방 간 협상이 진행돼 이란 시장이 재개방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KIEP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 중심의 에너지 수입 구조와 해상 운송 경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유사한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유·LNG 수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한 줄 요약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에너지 수급과 수출, 해외건설 등에서 동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aaa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