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유통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대형마트의 공격적 출점이 전통시장 상권을 위협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강했다. 이런 배경에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됐고, 2012년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유통 경쟁의 중심은 오프라인 점포였고, 규제도 그 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유통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국내 규제 밖에서 고속 성장한 쿠팡은 연간 매출 50조원에 육박하는 유통 공룡으로 부상했다. 반면 규제에 묶인 대형마트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 이마트의 지난해 할인점 부문 총매출은 11조6484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고, 롯데마트 역시 1.9% 줄어든 6조446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 합산 매출(17조6930억원)은 쿠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삼일회계법인은 청산 가치가 회생 가치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규제의 명분이었던 전통시장 보호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상점가의 하루 평균 고객 수는 3703명으로, 2015년(4349명)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했다.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고, 대형마트 비중은 10% 수준으로 밀려났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부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국 대형마트 오프라인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새백배송을 한다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기울어진 경쟁 구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새벽배송이 허용돼도 점포 문은 닫혀 있어 별도 인력과 물류 체계가 필요하고, 상생협력기금 확대 등 추가 의무까지 거론되면서 규제 완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 시장이 바뀌었다면 규제도 변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새벽배송 허용 여부가 아니다. 유통 경쟁의 축이 이미 물류·배송 중심으로 재편됐는데도 제도는 여전히 '대형마트 대 골목상권(전통시장)' 구도라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특정 업태만 묶어두는 방식은 소비자 선택권만 제한할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낡은 유통 규제의 기본 틀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특정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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