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를 앞세워 물가 안정과 해외 분쟁 개입 자제 등을 공약으로 지난해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하지만 그가 내세웠던 약속들은 거센 전장의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명확한 이란 전쟁 종식 청사진은커녕 미군 병사들의 전사 소식과 치솟는 유가 뉴스만이 날아드는 지금, 트럼프의 승부수는 오히려 민생 경제를 정면으로 타격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물론 이번 전쟁이 단순한 우발적 충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반세기 동안 축적된 이란 정권의 국제 질서 위협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저지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을 끊어내겠다는 공통의 동기를 가지고 이번 공습을 단행했다.

실제로 이란의 미사일 무기고를 파괴하고 지역 내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목표는 중동 내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명분'이 당장의 '민생'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7%가 향후 휘발유 가격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으며, 49%는 이번 전쟁이 개인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전쟁"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공습 이후 갤런당 50센트나 급등한 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그 설득력을 잃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중앙 기관을 무력화해 체제 자체를 개조하는 정권 교체를 시사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부친보다 더한 강경파로 알려진 아들 세예드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56)가 권력을 승계하며 오히려 세습 통치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 특유의 강한 민족주의와 견고한 권력 구조를 간과한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에모리 대학교의 켄 스테인 명예교수의 분석처럼, 진정한 승리를 위해 국가 시스템 전체를 재건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늪에 빠져야 한다.
CNN 등 외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과거형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란 지도부의 끈질긴 회복력에 막혀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점하고 있으나, 전쟁이 초래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은 민심을 빠르게 돌려세우고 있다.
특히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이 핵심 쟁점인 상황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조기 종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결국 해외 분쟁 개입을 자제하겠다던 공약이 파기되면서 공화당은 의회 주도권을 통째로 내줘야 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미 전투 과정에서 미군 병사 7명이 사망하고 140명이 부상하는 등 인적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유권자들은 "이 전쟁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결국 트럼프는 본인이 설계한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고 말았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지 몰라도, 11월 중간선거에서 그가 마주할 것은 지지층의 냉혹한 이반일지도 모른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던 대통령이 정작 미국인의 지갑을 위협하며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린 형국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