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지난해 임직원 징계처분 76건 달해
"조직 분리 개혁 시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과거 투기 사태 이후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에서 여전히 비위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내부 징계 건수가 증가한 데 이어 금품 수수 등 중대 비위 사례도 끊이지 않으면서 조직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H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중징계 비율 13% 넘겨… 깐깐해진 규정에도 도덕적 해이 '여전'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LH 임직원 징계 처분은 총 76건으로 전년(44건) 대비 72.7% 증가했다.
사유별로는 '취업규칙 위반(등 포함)'이 29건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등 포함)'이 13건(17.1%)으로 뒤를 이었고 ▲'품위유지의무 위반' 11건(14.5%) ▲'재산등록 성실의무 위반' 8건(10.5%) ▲'업무직원 운영지침 등 위반' 8건(10.5%) 순으로 집계됐다.
최고 수위 처분인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는 10건으로 전체의 13.7%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사회적 공분을 샀던 '무량판 적용단지 전수조사 미흡'과 관련해 강등 처분이 내려진 특이 사례도 포함됐다. 직무 관련 범죄나 정도가 무거운 성비위가 사법 조치로 이어진 고발 건수도 3건 존재했다. 이들은 모두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해 파면 처리됐다.
현재 공사의 징계 등급은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 6단계로 나뉜다. 파면과 해임 모두 직원을 강제 퇴직시키는 중징계지만 퇴직 후 불이익 강도에 차이가 있다. 파면을 당하면 퇴직급여액이 최대 절반까지 깎이고 향후 5년간 공공기관 재취업이 엄격히 통제된다. 해임은 뇌물 수수나 공금 횡령 등 특정 비위가 아닐 경우 원칙적으로 퇴직금을 전액 받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 재취업 제한 기간도 3년으로 파면보다 짧다.
실제 징계 사례를 살펴보면 직원 A씨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징계를 받았다. 다른 직원 B씨는 근무지 내 출장을 핑계로 개인 용무를 보거나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했고, 시간 외 근무를 달아둔 채 식사를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등 근태 관리 부적정 사유로 철퇴를 맞았다.
2023년과 2024년 징계 건수는 각각 44건과 50건으로,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깐깐해진 내부 규정과 감사 결과가 반영돼 징계 규모가 일정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징계가 급증한 것은 그간 누적된 조직 내 기강 해이가 수치로 터져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된 재산등록 시스템의 영향으로 성실의무 위반 적발이 늘어난 점도 전체 건수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논란 속에서 내부 감사 및 징계 기준이 엄격해져 과거에는 경고나 주의에 그쳤을 사안들도 정식 징계로 이어지는 추세"라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행동강령 위반 등 기본적인 윤리 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징계가 끊이지 않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 윤리경영 노력 알지만…땜질식 처방 넘어 개혁 목소리 높아
LH는 2024년 정부업무평가 경영실적평가 윤리경영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 필요 ▲규정 준수와 실제 행동 간의 간극 축소를 위한 윤리경영 문화 구축 ▲부패실태평가 감점 증가에 따른 제도적 보완 ▲고위직 관리방안 실효성 검증 ▲부동산 이해충돌 방지 실질적 노력 보완 ▲직장 내 괴롭힘 및 성비위 해결을 위한 강력한 예방·교육 프로그램 및 체계적 대응 등을 개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LH는 '청렴도 1등급' 달성을 전사적 경영목표로 내세우며 기관장 주도의 윤리경영 체계 확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4년 6월 기획재정부 윤리표준모델을 반영한 '청렴윤리경영 통합매뉴얼'을 만들었고, 4대 핵심위험을 묶어 집중 관리 중이다.
고위직 99%를 포함한 8689명이 청렴 교육을 이수하는 등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접목한 청렴윤리 상담시스템을 도입, 지난해 기준 신고 및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2.3배 늘어난 73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청렴과 공정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기업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신고제도와 성과지표를 도입해 조직 전반의 윤리의식과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무주택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만큼, 기강 해이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기업 윤리경영은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의 필수적 요소로 현대 행정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단순한 청렴도 수준을 넘어 조직의 사업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경영진의 적극적 활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기강 점검에 앞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전반적 개혁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토지와 주택을 공급하는 토지주택개발공사와 이를 넘겨받아 관리하는 토지주택은행(가칭)으로 LH를 쪼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공임대에서 발생한 빚을 토지주택은행으로 넘겨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회 관계자는 "LH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만큼 주택공급 정책에서 배제하고 개혁에 전념을 다하도록 묶어둬야 한다"며 "제대로 된 개혁 없이 대규모 공급정책 추진을 강행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