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중동 탈출 지원 위한 전세기·군용기 적국 확보 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란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시장 안정과 자국민 보호라는 두 가지 어려운 목표 달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란의 보복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백악관이 에너지 수송로 방어와 미국인 대피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며 본격적인 '위기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 에너지 공급망 사수…군사 호위와 보험 보증
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가스 운반선을 미 해군 함정이 호위하는 군사적 보호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논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를 "원유 및 가스 공급을 위한 군사적 지원(military support for oil and gas supplies)"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뒤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은 상태다. 미국 내 유가는 지난주 말 이후 배럴당 10달러 안팎 급등했고, 휘발유 가격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수준을 웃도는 방향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 논의가 "이란 공습 이후 치솟은 유가와 연료 가격을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통과해야 하는 유조선 운항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 정부가 선박 보험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해상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급격히 인상하거나, 일부는 아예 보장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는 과거 홍해에서 이란 연계 세력의 위협에 대응해 항모와 구축함을 투입했던 해상 작전과 유사한 형태의 임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항행의 자유와 에너지 수송로 보호가 명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국무부 "군용기·전세기 확보 중"…현장선 "비행편 없다" 불만
중동 지역 자국민 보호를 맡은 미 국무부는 점차 확산되는 전쟁 양상에 대응해, 미국인들의 중동 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군용기와 전세기 확보에 나섰다. 딜런 존슨 국무부 차관보는 소셜미디어에 "중동을 떠나려는 미국인들을 위해 군용기와 전세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며, 조기 출국을 촉구했다. 이는 당초 상업 항공편을 통한 자력 탈출을 우선 권고하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혼선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에는 "국무부가 안내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가용한 항공편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이란 공격 이후 상업 항공편 취소와 영공 폐쇄가 줄을 잇는 가운데, 정부의 뒤늦은 대응과 제한된 수송 여력이 현지 미국인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공습과 그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카타르의 대형 LNG 수출 시설이 가동을 중단하고, 사우디 정유 시설도 공격을 받는 등 에너지 인프라가 주요 표적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군은 작전 개시 이후 이란 함정을 10여 척 격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민간 선박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에너지 수송을 둘러싼 군사·외교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은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