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10년 안에 세계 상당수가 '중국 기술 스택' 위에서 작동"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국발 기술 굴기가 본격화하며 미국의 인공지능(AI) 독점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고도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이제 시작"이라는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로리 그린 TS롬바드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기술 부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가치사슬 상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향후 5~10년 안에 세계 상당수가 '중국 기술 스택(중국산 통신·클라우드·반도체·AI·플랫폼이 한데 묶인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기술과 AI 분야에서 갖고 있다고 여겨졌던 독점적 지위는 이미 중국에 의해 깨졌다"고 지적했다.
그린은 "중국의 기술 충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이는 단순히 AI나 전기차뿐 아니라, 첨단산업 전반에서 가치사슬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흥국 경제가 과학기술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중국은 거대한 공급망과 낮은 생산비용을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결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약 600억 6000만 위안(약 12조 6,144억원) 규모의 국가 AI 펀드를 조용히 출범시키며, 'AI+' 전략을 통해 산업·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AI,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산업에 국가적 자원을 투입하면서 기술 굴기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 美·中 AI 격차 좁히는 중국
중국은 자체 반도체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AI 모델을 빠르게 개발하며, 서방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특히 화웨이가 자국산 칩 클러스터와 저비용 에너지를 토대로 연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AI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린은 "저비용 기술을 앞세운 '중국 기술권'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 "이미 중국은 대부분 국가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이런 현상이 기술 분야에서도 반복된다면 세계 경제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안보상 이유로 중국 기술을 배제할 필요가 크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화웨이·5G·태양광·AI 등 저렴한 중국 기술과 고비용의 미국·유럽 기술 사이에서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이 더 이상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도 지난 1월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역량은 미국보다 불과 몇 달 정도 뒤처진 수준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가 예상했던 '1~2년 기술 격차'보다 훨씬 좁은 수준이다.
◆ 美 빅테크 투자, 수익성 의문도
한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알파벳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을 7,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셀우드에셋매니지먼트의 카림 무살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기술주 급락 이후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며 "AI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과연 이 막대한 투자금이 의미 있는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이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지형 자체를 재편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굴기 속도에 비해 미국의 방어적 조치는 더디다"면서, 향후 5~10년이 AI 패권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