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옥석 가리기 속 3대 지수 주간 기준 하락
다음 주 월마트 실적 발표 및 PCE 물가 지표 대기... 변동성 지속 전망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예상치를 밑돈 인플레이션 수치에도 혼조세로 마감했다. 시장 저변에 깔린 '인공지능(AI) 디스럽션'에 대한 공포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금융과 부동산, 운송 등 전통 산업군으로 전이되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8.95포인트(0.10%) 오른 4만9500.93에 마쳤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1포인트(0.05%) 전진한 6836.1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0.48포인트(0.22%) 내린 2만2546.67로 집계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치를 밑돈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개장 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월가 예상치인 0.3%를 밑돌았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5% 오르며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께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지표 발표 직후 금리 선물 시장은 오는 6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8.9%에서 50.2%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물가 오름세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5.4bp(1bp=0.01%포인트(%p)) 내린 4.050%를 가리켰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6.3bp 밀린 3.403%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달러화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01% 내린 96.92를 기록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0.03% 하락한 1.1870달러였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가 해소된 '좋은 숫자'"라며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유효함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오세이익의 필 블랑카토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번 물가 지표는 차기 의장에게 금리 인하의 길을 터주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특징주를 보면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이날 하루에만 8.10% 급등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역시 긍정적인 가이던스에 힘입어 4.62% 상승했다. 반면 핀터레스트는 실적 쇼크로 16.88% 폭락했다.
올해 들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부진한 사이 에너지와 필수소비재, 소재, 산업재 등 4개 섹터는 10% 이상 상승하며 약진하고 있다. 찰스슈왑의 케빈 고든 전략가는 "기술주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상승세가 다른 섹터로 확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성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주도주 부재에 따른 변동성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5센트(0.08%) 내린 62.89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물은 23센트(0.3%) 밀린 67.75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상승해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전장보다 약 2.0% 상승한 5046.30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3% 내려 약 일주일간 최저치를 기록했던 금 현물은 이날 장중 1.2% 상승한 5022.06달러를 가리켰다.
이번 주 뉴욕증시는 3대 지수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1.23%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39%, 2.10% 내렸다. 투자자들은 AI 도입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받거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가차 없이 매도했다.
바클레이즈의 에마뉘엘 카우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AI 패자로 낙인찍힌 기업들에 대해 무자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AI 디스럽션 공포가 단순한 주가 하락을 넘어 광범위한 거시경제 및 신용 시장의 이슈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주 뉴욕증시는 월요일인 16일 '대통령의 날'로 휴장한 후 4거래일 동안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유통 공룡' 월마트의 실적 발표(17일)에 쏠려 있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주가가 20% 상승한 월마트의 실적은 미국 소비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홈디포, 로우스 등 소매업체들의 실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제 지표로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발표된다. 1월 CPI가 긍정적으로 나온 만큼 PCE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경우 6월 금리 인하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치적 변수도 여전하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제조업 정책국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인하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며 무역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다. 또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 의장 교체기와 맞물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역사적 통계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필 올랜도 수석 시장 전략가는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AI 디스럽션 공포가 맞물려 당분간 '에어 포켓(Air-pocket·급격한 하강 기류)'을 만난 듯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