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야간옥회 집회 등 여전히 계류중
"충분한 입법시간 있었음에도 국회가 직무유기"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최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돼 효력을 상실한 법률들이 국회의 늑장 대응 속에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정쟁에 막혀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10일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최근 헌재결정과 개정대상 법률 현황'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헌재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정이 필요한 법률은 모두 27건이다. 이 가운데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률이 16건, 헌법불합치 결정 법률이 11건이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법률은 즉시 효력을 잃고, 헌법불합치 결정된 법률은 위헌이지만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장 효력을 상실케 하지 않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존속토록 하고 있다.
국회가 가장 오래 방치한 법률은 국가보안법 19조다. 1992년 4월 위헌 결정에도 이 법은 30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다.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거나, 반국가단체 등의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선전 또는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했을 경우 검사의 청구에 따라 판사가 구속기간을 2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최장 30일동안 구속이 가능하다.
헌재는 이 법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위헌을 결정했으나, 이를 보완할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 특례조항을 담고 있는 국회법 54조의2 역시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2022년 1월 위헌으로 판결난 법률이다.

헌법불합치 판결된 법률안 가운데 7건은 개정시한이 이미 지나 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형법 269조)가 있다. 헌재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낙태 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동법 270조 역시 같은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이 선고됐다. 이 법은 2020년 12월31일까지가 개정시한이었으나, 5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야간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도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9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됐으나 관련 법안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이 법의 개정시한은 2010년 6월30일까지였다.
생부가 아닌 생모에게만 혼외자의 출생신고 방법을 규정한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46조 2항 역시 개정시한(2025년 12월31일)이 지났다.

8촌 이내는 혼인을 막는 민법 815조 2호(개정시한이 2024년 12월31일), 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유류분·遺留分)을 상속하도록 정한 민법 1112조도 개정시한은 2025년 12월31일까지였으나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아직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은 법들도 있다. 법인약국의 개설을 금지하는 약사법 제20조(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2002년 9월 헌법불합치)와 집단급식소 영양사의 포괄적 직무 규정 위반 시 처벌하는 식품위생법 제96조(명확성 원칙 위반, 2023년 3월 헌법불합치)는 아직 관련법이 발의되지도 않은 상태다.
법조계는 국회의 조속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법무법인 건양의 최건 변호사는 "헌재의 헌법불합치는 결국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국회가 입법활동을 하라는 취진데, 정작 입법부인 국회가 충분한 입법시간이 있었음에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관련 소송을 제기해도 재판부가 처벌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관련 법들이 현재 없는 상태라 공판기일도 지정되지 않고 모두 멈춘 상태"라며 "원고가 소송을 제기해도 진행이 안되니 재판이 계속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