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빙속 중장거리 간판이었던 김민석이 헝가리 국기를 달고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다.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에서 1500m를 지배했던 그는 이제 동유럽 빙상 강국을 이끄는 에이스가 됐다.
헝가리 매체 프리스미디어는 최근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 나서는 헝가리 선수단이 부다페스트 산도르 궁전에서 대통령 앞에서 선서를 마쳤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는 다음달 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올림픽에 15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고, 이 명단 안에 한국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과 쇼트트랙 문원준이 포함됐다. 두 선수는 2024년 7월 헝가리 국적을 취득한 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록 국적을 'KOR'에서 'HUN'으로 바꿨다.


김민석은 주종목인 1000m와 1500m 출전은 확정됐고, 매스스타트는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세 종목 출전이 가능하다. 그의 이력은 한국 빙속사에서 특별하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500m와 팀추월 금메달,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따내며 일찌감치 중장거리 간판으로 떠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1500m 동메달, 팀추월 은메달로 홈팬들 앞에서 두 개의 메달을 들어 올렸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도 남자 1500m 동메달을 추가, 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타이틀을 안았다.
하지만 전성기는 2022년 7월 음주운전 사고에 무너졌다. 진천선수촌 인근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이듬해 재판에서 벌금 400만원 선고가 나오며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자격정지 2년 징계가 추가됐다. 징계 기간 동안 링크는 멀어졌고, 2026년 올림픽은 '달력 위의 단어'로 멀어지는 듯했다.

생활도 순식간에 흔들렸다. 소속팀 성남시청과 계약이 끝났지만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다른 지자체 팀으로 옮기는 길도 사실상 막혔다. 김민석은 "징계로 소속 팀도,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때 손을 내민 쪽이 헝가리였다. 한국 출신으로 헝가리 빙상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철원 코치가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귀화를 제안했고, 김민석은 결국 국적 변경을 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41조에 따라 마지막 한국 대표 국제대회였던 2022 베이징 올림픽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25-26 시즌엔 국적 변경 출전 제한도 풀렸다.
김민석은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을 통해 "한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변명하고 싶지 않고, 그 이후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밀라노 올림픽 출전 기회를 이야기했지만, 자격정지 기간 동안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선수로 다시 서기 위해선 환경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민석과 함께 헝가리 대표로 출전하는 쇼트트랙 문원준은 한국체대 출신으로, 한때 루체른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표에 뽑힐 만큼 주목받던 기대주였다. 대표 선발 취소와 대회 무산이 겹치며 길이 막히자, 헝가리 대표팀 훈련 파트너 제의를 계기로 귀화를 결정했다.
한국 출신 빙상 스타의 국적 변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는 러시아로 국적을 옮겨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쓸어 담았다. 임효준 역시 징계와 소송 끝에 중국 귀화를 선택해 린샤오쥔이라는 이름으로 2026 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이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쇼트트랙이었고,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간판이 국적을 바꿔 다른 나라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서는 건 김민석이 첫 사례다.
헝가리에서 김민석의 비중은 더 크다. 헝가리빙상연맹은 김민석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1500m 출전권을 직접 따냈다고 밝혔다. 헝가리올림픽위원회는 "김민석이 헝가리의 15번째 올림픽 쿼터를 가져온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민석은 이제 헝가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그는 "국적은 바뀌었지만, 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링크 위에선 결과로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