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양도세 중과가 낳은 '매물 잠김'과 '임대료 상승' 문제
공급 대책 쓴소리 "정비사업 브레이크 멈추고 민간 활력 되살려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자산 가치(가격)가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자본의 이동은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데, 현재처럼 거래량이 위축된 상황에서 부동산이 국가 자본을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는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부동산에 집중된 비정상적인 자원 배분 왜곡을 바로잡지 못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올 수 있다는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하자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처럼 답했다.

이 교수는 또한 "가계 부채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0~30%(일본·미국은 10% 내외)에 달할 정도로 크다"며 "공식적인 GDP 숫자와 실제 국민의 소비력 사이에는 격차가 존재하므로, 단순히 GDP 대비 부채 비율만으로 시장의 붕괴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초양극화'를 부추기고 거래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시장 과열이 서울 일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왜곡된 통계와 인상 비평에 기반해 획일적인 규제를 쏟아내면서 지방 주택시장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 "시장 과열, 알고 보면 국지적... 팩트 기반한 정책 실종"

이날 열린 '수도권은 초과열, 지방은 유령도시,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이창무 교수는 먼저 "현재 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인식 자체에 의문을 던져야 한다"며 시장 진단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약 15년간 OECD 국가들의 실거래가 추이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상승 수준은 평균 이하에 머물러 있다. 또한 가격 급등 이후의 하락폭은 컸던 반면, 반등 속도는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특히 이 교수는 정부가 강조해온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치에 대해서도 "뉴욕이나 LA 등 해외 대도시권과 비교하면 서울의 PIR은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의 아파트 상승률이 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는 저평가된 시세 지수를 활용해 변동성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며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현재의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 초반의 변동성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초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획일적인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최근의 가격 반등은 한강 벨트 주변의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며 "노도강 등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 그리고 지방은 여전히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 주택가격은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13년 만에 최대치인 2만9000가구에 달해 지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 토허제·양도세 중과가 낳은 '매물 잠김'과 '임대료 상승' 문제
이 교수는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 수단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과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치명적인 부작용 역시 비판했다. 그는 토허제의 경우, 정책 도입 전 이미 시장은 자정 작용에 의해 꺾이고 있었음에도 도입 후 오히려 전월세 물량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실거주 의무로 인해 임대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해당 지역의 전세가는 2%, 월세는 7%가량 상승하는 등 임차인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는 분석이다.
양도세 중과 역시 "거래 동결 효과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취득·보유·양도세 등 '6-12-75' 세율 체계 이후 거래량은 반토막 났고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외곽의 주택부터 처분하게 만들어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심화시켰고,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종부세 인상에 대해서도 "그 부담을 주택 소유자만 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임차인에게 임대료 형태로 전가된다"며 실거래가 지수 분석 결과 종부세 부과 시점부터 월세가 30~40% 급등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 "정비사업 브레이크 멈추고 민간 활력 되살려야"
현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정부가 공공 주도의 공급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시장은 민간의 활력을 원하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 유지와 각종 대출 제한은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정비구역 400개 대거 해제로 인해 서울에서만 30만가구 가까운 물량이 사라진 여파를 현재 짊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인허가 이후 단계의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된 공간 구조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도 언급됐다. 중심지 공급 억제로 인해 인구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발생하는 연간 통근 비용 등 사회적 손실은 1조 원에 달한다. 이 교수는 "단순히 집값의 높고 낮음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더 먼 곳에서 출퇴근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도시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더욱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9·7 대책으로 인한) 주택 임대 사업자에 대한 LTV가 사실상 0%인 현실은 공급의 걸림돌"이라며 60%까지의 상향을 건의했고 ,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올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즌 2에 불과하다"며 거래세 인하를 통한 매물 유도를 촉구했다.
최준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수도권 과열 억제와 지방 침체 해소라는 엄중한 여건 속에 있다"며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시장 기능을 보완하려 노력 중이며, 오늘 제언들을 관계 부처와 긴밀히 논의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행사를 주최한 신동욱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지방 주택 활성화를 위해 1가구 2주택 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대한주택건설협회 김성은 협회장은 "최근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강세와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주택 업계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며 토론회를 통한 합리적인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이 도출될 것을 희망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