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졸업하면 미국 갈 것", "수련은 서울가서"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024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사태 당시 최대 증원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 환경이 악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대 학생은 늘었는데 기자재 부족으로 강의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부학 실습은 참여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부실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는 27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충북의대 의예과 1학년은 현재 24·25학번을 합쳐 150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됐는데 강의실은 애초 100명 수용 규모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대증원 사태 당시 충북의대는 기존 49명 정원을 300명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75명을 증원해 25학번은 124명으로 정원을 확정했다. 24학번이 의정갈등으로 휴학을 했닥 지난해 복귀하며 24·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됐다. 유급·군복무 등을 제외하면 의예과 1학년 약 15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학교는 최근 기존 강의실을 176석으로 늘리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예산 지원 없이 정원 확대 이전에 받았던 리모델링 예산 약 3억원을 투입한 임시방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는 당초 충북의대 정원을 50명에서 최대 2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전제로 교육시설 신축 비용 140억원, 실험·실습 기자재비 163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건축 계획과 기자재 예산 대부분이 집행되지 않았다. 채 교수는 "학생 수만 늘고 교육 인프라는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도 과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충북의대 해부학 실습실은 정원 50명을 기준으로 설계돼 테이블 10개, 카데바 약 10구를 두고 1조 6명 안팎으로 운영돼 왔다. 더블링 이후에는 한 테이블에 10명씩, 총 15개 테이블이 필요한 규모가 됐지만 시설 증축은 2026년 8월 완공 목표로 이제야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채 교수는 "지금 계획대로라면 테이블은 17개까지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미 150명이 같은 실습에 참여해야 하는 구조라 학생당 경험할 수 있는 실습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론 강의 역시 의대 강의실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일부 교양·공통 과목은 공대 대형 강의실을 빌려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동 불편과 낮은 집중도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 교수는 더블링 이후 학생들의 현실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24·25학번을 대상으로 설문과 개별 의견을 수렴했다. 24학번 38명은 전원이 응답했지만, 25학번 112명 중 응답자는 5명에 그쳐 학번별 온도차도 드러났다.
24학번 한 학생은 "충북 출신이라 지역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 충북의대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유급만 안 당하고 졸업해서 미국으로 나가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 학생은 "병원과 강의실 규모에 맞추기 위해 교수들이 우리를 '대량 유급' 시켜 인원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있다"며 "극한의 스트레스를 버티며 본과 4년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우리는 48명 정원으로 알고 입학했는데, 갑자기 200명 가까운 학생이 한 강의실에 모여 수업을 듣고 있다"며 "앞으로 해부학 실습에서 카데바(해부용 시신) 한 구를 10명 가까이 붙어서 볼 걸 생각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바에는 정원이 급증한 지방 의대에서 버티기보다 서울 대형병원으로 수련만이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전문의도 못 키우면서 의대만 늘려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채 교수는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준비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숫자만 던진 것이 문제"라며 "그 결과가 지금 충북의대가 겪고 있는 교육 파행과 학생들의 불안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calebcao@newspim.com












